9조 경제범죄 부산저축銀 회장 징역 7년
9조원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 주요 임원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범행을 주도한 김양 그룹부회장(60)에게는 징역 14년의 실형, 박연호 그룹회장(62·사진)에게는 징역 7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는데도 일부 피고인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염기창)는 21일 선고공판에서 박 회장과 김 부회장 등 그룹 임원 6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룹의 대출로 캄보디아 신도시·신공항 사업을 한 시행업자 2명도 각각 징역 5년과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그룹이 부동산 사업 등을 직접 영위하던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을 해준 건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에 해당되고, 분식회계 및 부실대출을 자행한 점도 법 위반”이라며 검찰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9조 경제범죄 부산저축銀 회장 징역 7년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고객 예금 약 4조7200억원으로 직접 시행사업을 해 약 1조2200억원이 부실채권이 된 결과 그 피해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게 됐다”며 “시행사업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얻어보겠다는 지나친 욕심이 대규모 금융사고를 일으켰는데도 변명에만 급급할 뿐 잘못 인정에는 인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룹 대주주 경영진 중 김 부회장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부동산 시행사업 등을 주도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했음에도 그 책임을 세계적 경제 위기 등 외부요인에 돌리는 등 반성의 기색이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에 대해서는 “김 부회장의 잘못된 선택을 묵인했다”, 김민영 오지열 김태오 등 계열 은행 대표이사들에 대해서는 “자리 보전을 위해 그룹의 잘못된 요구를 따랐다”, 강성우 감사에 대해서는 “비자금으로 로비활동을 했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함께 기소된 캄보디아 사업 시행업자들은 “캄보디아 사업 성공 가능성을 과장하고, 그룹이 대출을 해주지 않으면 자본을 몰취하는 조항을 두는 등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역시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다른 임원들은 범죄사실을 반성하는 등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해 2월 이 그룹 계열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된 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를 벌인 결과 이들은 현행법상 금지된 금융기관의 직접 사업을 위해 SPC를 세워 6조원대 규모의 불법대출을 한 혐의가 드러났다. 분식회계 규모는 3조1333억원대로, 단일 금융비리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수사 과정에서 그룹의 로비 및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 서갑원 전 국회의원 및 금융감독원 일선 직원들 다수가 기소돼 1·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 경제범죄 사건 최초로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