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117弗…9개월來 최고
대한항공 6%·STX팬오션 3%↓
수혜주 정유·화학도 '주춤'
120弗 넘으면 증시 조정 불가피
국제 유가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복병으로 떠올랐다. 21일 코스피지수는 항공 해운 등 유가 급등 때 악영향을 받는 업종이 급락하면서 0.66포인트(0.03%) 하락한 2024.24로 마감했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은 석유 소비 증가보다는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것이어서 주가에 부담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유가가 급등하면 기업 부담이 커지고 가계 소비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해운 유가 급등 직격탄
이날 항공 해운 여행 등 유가 상승 때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의 주가가 급락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6.36%와 4.39% 떨어졌다. 한진해운(-1.71%)과 STX팬오션(-3.46%) 등 해운주도 동반 하락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항공·해운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17.98달러로 지난해 5월2일 119.21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공기 연료로 쓰이는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33달러로 대한항공의 올해 사업계획상 예상 가격인 121달러보다 10%가량 높아졌다. 하나투어(-1.03%)와 모두투어(-1.76%)가 1% 이상 하락하는 등 여행주도 약세를 보였다. 손윤경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유가가 오르면 항공운임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비싸져 여행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등 수혜주까지 동반 하락
국제 유가와 주가는 보통 글로벌 경기를 반영한다. 국제 유가 상승이 경기 회복과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라면 증시에도 호재가 된다.
하지만 이날 증시에서는 유가 상승 피해 업종뿐만 아니라 정유 화학 등 수혜주까지 동반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이 장 막판 강보합세로 돌섰을 뿐 에쓰오일 호남석유 한화케미칼 등은 최근 유가와의 동조화를 끝내고 약세로 돌아섰다. 조선 건설 등 유가 영향이 큰 업종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국제 유가가 이란과 미국 간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번지지 않는다면 유가 상승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가 상승 지속되면 증시 조정 불가피
문제는 국제 유가 상승이 지속될 때다. 주요 전망기관들은 국제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 전망치를 102달러에서 119달러로 높였고 JP모건은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 전망치를 107달러에서 111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유가 상승이 주가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임계점은 원유부담률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원유 소비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원유부담률은 최근 4.5%로 상승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경험상 원유부담률이 5%를 넘으면 기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주가도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류 팀장은 “경기 둔화와 유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걱정된다”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상승을 지속한다면 주가도 조정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