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일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복지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차관은 “지금까지 나온 복지 공약의 절반만 시행돼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직설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만큼 복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 공약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국가 재정에 ‘재앙’ 우려

올해 복지 지출은 92조6000억원이다. 전체 예산의 28.5%를 차지한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사회간접자본(SOC), 농림수산식품 예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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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치권이 내놓고 있는 복지공약의 추계 재원(43조~67조원)의 중간치인 50조원만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복지예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50%를 넘게 된다. 올해 복지 지출 증가율이 7.2%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율이다.

각 부처들이 최근 중기재정계획 작성 자료로 낸 ‘내년 복지지출 요구액’은 101조5000억원이었다. 김 차관은 “실제로 복지 지출이 50조원가량 늘어난다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현재 복지 제도만으로도 재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은 9.6%에서 2050년에는 20.8%로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치권의 공약까지 새로 추가되고, 이후 선거 때마다 새로 나올 공약들을 포함시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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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총력 대응하기로

복지TF가 조사한 선거 복지공약에는 신공항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중소기업 지원 등이 빠진 것이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지역개발 공약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복지 포퓰리즘에 적극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각 부처 1급으로 구성되는 범부처 복지TF를 수시로 가동키로 했다. 보육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이, 일자리는 고용노동부 복지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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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분별한 정치권의 복지 공약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 입장을 발표해 대응키로 했다. 김 차관은 “대규모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증세나 국채발행이 불가피하다”며 “정치권은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경쟁에 흔들리지 말아야”

정부는 그러나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약 중에서도 ‘일하는 복지’나 ‘맞춤형 복지’ 등의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을 하려는 의욕과 일을 하려는 의지를 북돋우는 복지제도는 적극 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이미 도입된 사회보험료 지원(4384억원 규모), 청년 창업·창직 지원(4980억원), 누리과정(1조2388억원) 등의 사업이 제대로 정착되도록 힘을 쏟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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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확대 간부회의에서 “중심을 잡고 나간다면 여론도 우리 편이 되고 역사도 알아줄 것”이라며 정치권의 과열 복지경쟁에 흔들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