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국어 말하는 오븐·자물쇠 냉장고…'맞춤 가전' 으로 해외 공략
‘5개 국어를 하는 오븐과 자물쇠 달린 냉장고까지.’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아이디어 가전제품을 수출해 재미를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틈바구니에 끼어 기를 못 펴지만 전체 매출의 85%가 수출일 정도로 해외에선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워크아웃과 다섯 번째 무산된 매각작업 속에서도 이 회사가 3년 이상 흑자를 내고 있는 원동력은 해외 맞춤형 제품.

대표 주자는 현지 음식을 자동으로 조리해주는 ‘셰프멕시카노’ 전자레인지. 멕시칸 스테이크와 아스텍 수프 등 10여 가지의 멕시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이 제품은 2009년 멕시코 시장에 내놓은 뒤 세계적 히트 상품이 됐다. 페루를 거쳐 러시아, 이란 등에도 수출해 2년 만에 40만대가 팔렸다.

2010년에 선보인 ‘말하는 복합오븐’은 입소문을 타고 1년여 만에 5만대가 판매됐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 음성 가이드가 입력돼 2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5개 국어 말하는 오븐·자물쇠 냉장고…'맞춤 가전' 으로 해외 공략
물이 귀한 중동에서는 ‘자물쇠 냉장고’가 효자 몫을 했다. 기름값보다 물값이 비싸 ‘물 도둑’이 많은 점에 착안, 냉장고에 자물쇠를 설치한 게 주효했다. 1999년 대우일렉이 가장 먼저 이 제품을 내놓은 뒤 150만대가량이 팔리자 이젠 삼성과 LG도 중동 냉장고엔 자물쇠를 달 정도다.

페루에선 나스카 문양을 넣은 세탁기로 매년 60% 이상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회사 전영석 해외판매본부장은 “현지인들의 생활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가 고객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맞춤형 제품에 힘입어 이 회사는 연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에서 거두고 있다. 2010년에는 1조6073억원의 매출 중 85%가 넘는 1조3662억원이 수출이었다. 수출 덕에 2008년 3분기 이후 작년 4분기까지 14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문제는 새 주인을 찾는 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옛 대우그룹 해체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2006년부터 매각작업이 진행됐지만 작년까지 다섯 번째 무산됐다. 올 들어 다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