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거의 모든 신문의 경제면을 장식한 사진 한 장이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이다.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했지만 향후 5년간은 합병하지 않은 채 독립경영을 보장하기로 노조와 합의를 하고 그 합의문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김석동 위원장이 왜 그 자리에 갔느냐는 점이다. 노사간 협상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노사 협상에 사측과 노측이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정부 인사가 왜 그 자리에 끼어들었냐는 것이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도 아니고, 책임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노사간 합의를 정부가 공증을 서줘야 할 일도 아니고, 감시해야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법이 있으니 법대로 하면 되는 일이다. 김 위원장으로서야 오랫동안 골치를 썩이던 일이 마무리돼 축하하러 갔을 수도 있지만, 당국자는 그렇게 쉽게 움직이는 자리가 아니다. 뭔가 이상하고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한 가지는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의 모습이다. 그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르고 제조업체 생산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작업복을 입고 있다. 마치 자동차 회사 노조원을 보는 것 같다. 한데 그는 분명 은행원이다. 은행원이 왜 푸른 작업복을 입어야 하나. 노조라면, 더욱이 위원장이라면 화이트칼라도 마치 오랫동안 제조업 파업현장을 지킨 것처럼 수염을 기르고 기름때 묻은 옷을 입어야 하나. 그 역시 대표적인 서비스 직종이라는 은행의 직원인데 이런 모습으로 고객을 맞아도 되는가.

우리 사회의 우스꽝스럽고 일그러진 모습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사진이다. 겉으로 내세우는 것과 실제 이면 사이에 얼마나 괴리가 큰지, 우리가 얼마나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는지도 생각하게 만든다. 은행원이면 평소 모습대로 넥타이 매고 협상하면 되지 사회적 약자인 듯한 모습으로 대중앞에 등장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금융위원장의 이상한 등장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런 삐뚤어진 관행들로 가득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