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통은행 서울지점은 최근 수출입은행에 대우조선해양의 선박금융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대우조선해양에 선박 건조를 의뢰한 발주업체에 달러 자금을 대출해 줄 수 있는지를 타진한 것이다. 중국 농업은행도 국내 조선업체 한 곳과 선박금융 계약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계 은행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엔 한국과 중국 사이의 수입·수출을 중개하는 무역금융 위주로 영업했지만 최근엔 대형 프로젝트 금융에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유럽계 은행들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포부다. 중국 당국에서 각 은행들에 현지화를 주문한 것도 한 원인이다.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 중 공상은행 중국은행 교통은행 등은 앞으로 프로젝트 금융 비중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남광혁 교통은행 서울지점장은 “중국계 은행들의 전체 여신 중 무역금융 비중이 2010년만 해도 50~60%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30%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앞으로도 자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중·장기 프로젝트 금융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선박 항공 플랜트 등이 이들의 주요 관심 영역이다. 황덕 중국은행 서울지점장은 “한국의 조선산업이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관련 금융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미국·유럽계 은행보다 자금 사정이 좋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병석 중국 농업은행 서울부지점장은 “한국의 선박 플랜트 기업들은 그간 미국 유럽계 은행들과의 거래 비중이 컸다”며“다른 은행들은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지만 중국계는 기본적으로 좋은 사업 기회라면 본점에서 얼마든지 돈을 빌려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 한국에 진출한 은행에 대해 한국 기업에 대출을 많이 하라는 쪽으로 현지화를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