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동양생명 인수하나…외부 자문없이 내부팀 꾸려 실사 착수
현대자동차그룹이 동양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동양생명 인수 경쟁은 한화(대한생명), 현대차그룹, 푸르덴셜생명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

동양생명 매각에 정통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동양생명 지분 60.7%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에 참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재무, 법무, 회계 관련 외부 자문사를 일절 고용하지 않고 내부 인력만으로 팀을 꾸려 극도의 보안 속에 동양생명 실사를 진행 중이다. 실사 후 인수 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 녹십자생명 인수 때처럼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스 등이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금융계는 관측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동양생명이 매물로 나올 무렵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대한생명과 푸르덴셜생명 쪽 법무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관계자들조차 “현대차그룹이 최대 경쟁자”라고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쉽게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이달 초 대한생명, 푸르덴셜생명이 동양생명 실사를 시작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녹십자생명 승인 심사를 면밀히 지켜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녹십자생명 인수로 보험업계에 발을 디뎠지만 인수 주체 가운데 하나인 기아자동차가 과거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된 가산상호신용금고의 최대주주였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혹여 승인이 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동양생명 인수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부인으로 일관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반(反)대기업 정서도 현대차그룹이 참여를 망설인 이유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8일 금융위가 녹십자생명 인수에 대해 최종 승인을 내리자 현대차그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양생명 매각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대한생명과 푸르덴셜생명 외에 제3의 기업이 최근 실사에 참여했고, 그 기업은 현대차그룹 계열”이라고 말했다. 매각 측인 보고펀드 관계자는 “비밀유지협약상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화원 현대차그룹 홍보실 이사는 “동양생명을 인수한다면 약 1년 새에 두 개의 생보사를 사는 셈인데 현재로선 그럴 여력이 없다”며 “실사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인수설이 나올 때마다 부인으로 일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가 인수 주체였는데 현대차가 지목됐기 때문에 부인 공시를 낸 것”이라고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2월19일 낮 12시44분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