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주식 투자 신중히…성장률 낙관 못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 리더십도 아직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중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라’고 경고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인적자원(HR) 컨설팅회사인 머서의 스티븐 로버츠 아·태지역 투자부문 대표(regional business leader)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호주 출신인 로버츠 대표는 퇴직연금 관리 등 금융투자 부문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다.

◆중국 주식 ‘조심하라’

그는 글로벌 주식시장 흐름에 관해 “전체적으로는 ‘중립’이되 이머징마켓에는 기회가 존재한다”고 봤다.

이머징마켓 중 첫 손에 꼽히는 중국에 대한 입장은 특히 복합적이었다. 그는 “중국의 정치적 리더십에 변화가 많고, 외부의 충격보다 중국 내부의 위험요인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로버츠 대표는 “중국 경제성장세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올해는 기존에 예측했던 것보다 좀 더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컨대 이머징마켓에 두루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좋지만 중국 펀드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은 자제하라는 뜻이다.

미국 경기에 대해 그는 “경기 회복의 신호는 있지만 두 가지 우려할 만한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첫째는 통화정책에서 더 이상 취할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고용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유럽 경제의 향방에 관해서는 “작년 유럽 정상회의에서 더 강한 합의가 이뤄졌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재정위기는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장기보유 전략은 버려라

로버츠 대표는 국고채 투자에 관해 “전반적으로 매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재정위기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자본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한 ‘바젤Ⅲ’가 도입되면서 은행 산업 전체에 디레버리지(deleverage)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로버츠 대표는 또 “변동성이 커진 시장이 됐기 때문에 특정 채권을 사서 장기적으로 들고 있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사고파는 유연한 전략이 낫다”고 부연했다.

채권 투자를 한다면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추천했다. 로버츠 대표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곳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도 그렇고, 유로존도 일부 투자할 만한 회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2009년과는 다른 양상으로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며 “기업 부문이 정부 부문보다 훨씬 양호한 대차대조표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관투자가들이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고 물가상승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이 대상이다. 그는 “아시아에는 이미 이런 자산에 대한 강한 수요가 존재하며, 우리가 고객들에게 추천하는 것이 바로 이런 자산”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에 멀티매니저 전략 도입

머서는 HR 컨설팅뿐 아니라 퇴직연금 운용사이기도 하다. 로버츠 대표는 머서의 특징인 ‘멀티매니저’ 투자 전략을 추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멀티매니저 프로그램은 퇴직연금에 가입한 개인들의 자금을 한데 모아 여러 펀드매니저들에게 나눠 맡기는 것이다. 특정 회사, 특정 상품에 가입했을 때 개인들이 갖는 리스크를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효과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금을 맡기기 어려운 유명 펀드매니저들에게 자금을 운용하게 할 수 있는 방편도 된다. 호주에서 크게 히트했으며 조만간 한국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로버츠 대표는 “머서는 각국 펀드매니저들의 정보를 모두 다 가지고 있다”며 “고객에게 적합한 펀드매니저들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가 비싸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단일 펀드매니저에게 맡기는 것보다 다소 높겠지만 개인이 퇴직연금을 여러 운용사에 맡길 때보다는 비용이 적게 든다”며 “위험을 피하고 수익률을 높여 얻는 이득에 비하면 수수료는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광 머서 투자부문 한국대표는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KIC)가 멀티매니저 전략을 일부 쓰고 있는데, 개인뿐 아니라 대학 등의 기금 투자에도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