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그리스 저승사자', 힘없는 모습 뒤에 메르켈도 못 꺾는 고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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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정신병자 총격에 부상…하루 17시간 일하는 워커홀릭
"그리스 디폴트 시키자" 강경…긴축안 해법마다 '딴지'
"그리스 디폴트 시키자" 강경…긴축안 해법마다 '딴지'
◆‘감 놔라, 배 놔라’ 강경 요구 주역
쇼이블레 장관의 발언은 강경 일변도다. “그리스가 부도를 내도 영향을 최소화할 준비를 갖췄다”며 부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15일 유로존 재무장관 전화회의에선 “그리스가 4월 총선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든가 “그리스에서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 등 정치인들이 배제된 정부를 구성하는 게 좋다”는 내정간섭에 가까운 발언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반나치 투사였던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82)은 “쇼이블레가 그리스의 국가 존엄성을 모독하고 조롱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반발하는 등 외교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메르켈을 조종하는 ‘매파’
이와 달리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긴축안 처리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자는 얘기였다. 독일의 총리와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이유는 쇼이블레 장관이 재정문제에서 ‘임시변통’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원칙론자라서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메르켈은 재정위기가 독일에 미치는 충격을 일단 최소화하자는 입장이고 쇼이블레는 경제 통합을 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무전문가 가정에서 태어나 조세 분야를 전공한 쇼이블레는 1990년대 말 “상황이 다른 나라들 간 재정건전성을 일괄적으로 담보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독일의 유로존 가입에도 반대할 정도로 원칙론을 견지했다. 재정위기 발생 초기에도 일시적 대응책보다는 △상시적 재정안정 대응기구 구축 △민간부문 손실 부담 등의 방안을 선도적으로 마련했다. 즉각적인 위기 대응보다 근본 처방을 선호한 것이다.
여기에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스승(멘토)이라는 독특한 위상도 쇼이블레 장관의 독자행보에 영향을 미쳤다. 쇼이블레는 1998년 메르켈을 자신의 참모로 기용했다. 2000년 기독교민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로 쇼이블레가 실각하자 당의 ‘새 얼굴’로 메르켈을 밀었지만 옛 영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메르켈 총리도 쇼이블레를 통제할 수 없다”며 “메르켈을 뒤에서 조종하는 강경파”라고 평가했다. 고집도 세서 1990년 정신병자가 쏜 총에 맞은 후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휠체어를 탄 채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기도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