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됐다. 올해 주총에선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경기침체를 돌파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관에 사업목적을 바꾸거나 신규 사업을 추가하려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기업명을 변경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주요 안건은 신사업 추가

대표이사 해임·감사 선임·배당확대 요구…소액주주 '주총 반란' 성공할까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총 일정이 확정된 상당수 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추가하거나 사업목적을 바꾸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수익성이 낮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분야는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세방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을 거쳐 운송가맹과 정보망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내달 2일로 예정된 주총에 식품·화장품 제조와 도소매업 등을 추가하는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올렸다. 대림산업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사업목적을 포괄적인 용어로 바꿨다. 현대아이티는 유명무실한 사업목적을 삭제하고 의약품 제조와 판매 등을 사업목적에 넣었다.

학원법 개정에 따라 문화센터를 학원으로 변경등록해야 하는 신세계와 이마트는 사업목적에 학원업을 추가했다. 이마트는 환전업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주주제안 봇물

주주제안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사내·사외이사와 감사 변경뿐 아니라 경영권 공격에까지 나서고 있다.

삼천리 소액주주들은 내달 열리는 주총을 앞두고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함께 대표이사 해임과 이사 선임 등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발의했다.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자드 한국기업 지배구조 개선펀드는 남양유업에 고배당,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주주제안을 했다.

유아이에너지는 주총에서 감사 변경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재중 파라마운트컨설팅 대표이사를 감사에서 해임하고, 김태호 IBC 대표이사와 박기일 탑수산 부장을 감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 때문이다. 평안물산도 주주제안으로 이병두 전 삼정KPMG 부회장을 포함한 7명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내용의 안건이 발의된 상태다.

◆유명인사 영입에 상호 변경까지

상호 변경으로 재도약을 노리는 코스닥 기업들도 있다. 스멕스는 주총을 통해 오리엔트프리젠으로 상호를 변경한다. 분식회계설 등이 불거지면서 나빠진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다. 참테크글로벌도 크루셜엠스로 상호를 바꾸는 내용의 안건을 올렸다.

유명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삼성카드는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엔티피아는 지난달 안병엽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부 분사를 검토하는 것처럼 주총의 키워드는 사업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아 원가 개선과 사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은정/김태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