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뒷모습은 마음의 얼굴이다
“형의 뒷모습은 외로워.” 언젠가 한 후배가 던진 말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는 걸. 겉으로 당당한 사람의 뒤태도 때로는 자신 없게 비칠 수 있다는 걸. 앞모습은 꾸밀 수 있어도 뒷모습은 가릴 수 없다는 걸 말이다. 그것은 마음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제2의 얼굴처럼 비친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중심가에 우뚝 선 시인 타라스 셰프첸코(1814~1861)의 동상. 촬영자는 왜 하필 그의 뒷모습을 포착했을까. 그의 뒷짐 진 모습에서 풍기는 강렬한 마음의 표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자아내는 느낌은 아마도 짙은 고독감이리라.

농노의 아들로 태어나 황제를 조롱하는 시를 써 봉건적 신분제에 저항했던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자. 그는 누구보다도 외로운 길을 갔던 선각자였다. 흰 눈이 내려앉은 그의 고독한 뒤태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불퇴전의 의지를 읽는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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