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이끌던 '프로그램 매수' 부메랑 되나
지칠 줄 모르던 프로그램 매수 행진이 최근 주춤해지면서 수급에 ‘노란불’이 켜졌다. 연초 외국인 순매수의 대부분이 프로그램으로 유입됐던 만큼 단기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터질 것이 터지나’ 프로그램 폭탄 우려

강세장 이끌던 '프로그램 매수' 부메랑 되나
16일 코스피지수는 27.87포인트(1.38%) 내린 1997.45로 마감, 나흘 만에 20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전날 미국 증시가 그리스 문제 지연 등으로 하락한 여파로 초반부터 약세였다. 외국인이 9거래일 만에 537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매도 우위로 돌아섰고 프로그램 매매도 하루 만에 1215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프로그램 매매는 연초 강세장을 연출했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매수 차익거래(저평가된 현물을 사고 고평가된 선물을 팔아 무위험 차익을 얻는 것)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11월28일 이후 최근까지 누적된 차익 순매수는 6조800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가 집중되며 현물이 선물 대비 저평가 상태(베이시스 하락)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비차익 매매에서도 글로벌 유동성 자금이 몰리면서 연일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이후 프로그램 순매수가 꺾이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2월 옵션만기일 이후 처음으로 이날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매가 342억원 마이너스였다”며 “베이시스가 지금보다 나빠질 경우 프로그램 매도가 이어지면서 수급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자금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

지난달 옵션만기일에도 연말 배당차익 청산 등이 우려됐지만 높은 베이시스 덕에 무사히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코스피지수가 단기 급등하며 조정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게 문제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당장 주의해야 할 프로그램 매도 여력은 외국인과 국가(우정사업본부)가 보유한 1조8600억원”이라며 “다음달 옵션 만기에 가까워지면 차익 순매도의 위험 구간에 들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충격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크게 시각을 바꾼 것 같지 않다”며 “선물 매도 규모도 연초 이후 차익 실현에 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으로 인한 일시 조정을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심 연구원은 “외국인 틈바구니에서 매수 기회를 잡지 못해 기관들이 지쳐 있는 상태”라며 “단기 조정은 이들에 저가 매수 기회인 만큼 ‘울고 싶을 때 뺨 때린 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 PER 과거 평균치 근접

증시 조정 여부는 밸류에이션에도 달려 있다. 지수가 2000에 도달하면서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7배로 상승, 지난 5년간의 평균인 10배에 근접했다. 대부분의 종목이 지난해 하락폭을 만회해 국내 증시의 저가 매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PER을 통해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여건에 따라 주가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유미/유승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