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공장은 사회 끌어가는 동력…디지털시대 제조업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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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역사
이영석 지음 / 푸른역사 / 492쪽 / 2만8500원
이영석 지음 / 푸른역사 / 492쪽 / 2만8500원
과연 그런 이유었을까. 정답은 ‘노(No)’. 1913년 포드 자동차회사의 연간 이직률은 370%였다. 이민 노동자들의 생활고와 반복되는 단순 작업에 이골이 난 노동자들의 잦은 이직으로 곤란으로 겪던 포드로서는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숙련공들을 묶어두는 게 지상과제였던 것이다.
《공장의 역사》(푸른역사, 2만8500원)는 공장이라는 창을 통해 근현대사를 조명한 책이다. 영국을 주무대로 산업혁명 이전 가내수공업 시대부터 농민들이 도시 노동자로 바뀌는 과정, 노사 간의 역학관계 변화,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붕괴돼가는 제조업 등을 망라하고 있다.
저자인 이영석 도시사학회장은 “20세기는 거대한 공장들이 지탱한 시대로 적어도 산업화를 이룬 나라의 경우 공장은 그 사회를 끌어가는 기본 동력이었다”며 “현대국가의 복지모델 또한 거대공장에서 정립된 노사관계의 역학을 사회 전체로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공장의 역사를 들춰보면 비단 산업뿐만 아니라 현대사 전체를 아로새길 수 있다는 얘기다.
포드가 임금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 외적으로는 숙련공들의 이직을 막기 위한 처방이었지만 이는 공장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노동자와 사용자의 상호의존성을 심화시키는 노동 역사의 의미 있는 한 장면이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동거양식’이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자본에 의존하는 임노동자의 지위에 길들여졌고, 기업가 또한 자본의 재생산과 성장을 위해 임노동에 기댔다. 대공장의 벽은 두 당사자들을 감옥처럼 둘러쌌다. 기업가와 노동자는 마치 종신서약한 부부처럼 결합될 수밖에 없었다. 공장은 그들의 공동거주지였다.” 그래서 파생된 동거양식이 노동법, 담합구조 나아가 복지국가의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유에 대한 설명도 명쾌하다. 당시 영국의 면방적기들은 가족노동에 기반을 두고 돌리는 경우가 많아 증기기관과 기계의 연결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하지만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출발한 것은 노동집약적인 방식으로 생산을 증가시킬 만큼 인구가 많지 않았는 데다 풍부한 노천탄광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논문인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딱딱한 용어가 적지 않다. 하지만 1802년 어린이 노동 착취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공장에 대한 최초의 국가간섭이 시작된 이래 테일러주의와 포디즘으로 대표되는 굴뚝경제의 전성기를 거쳐 이제는 제조업이 사실상 설 자리를 잃은 디지털시대의 기업까지 공장의 역사를 날줄로 엮은 솜씨가 저자의 내공을 짐작케 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