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서울대 겸임교수(한국제도경제학회장·사진)는 21일 연세대에서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모두가 같지는 않지만 모두의 발전을 가져오는 자본주의 시장은 악이고, 모두가 평등하지만 모두를 가난하게 만드는 평등 지향 민주주의는 선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4.0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현장을 평등주의적 이념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적 왜곡과 하향 평준화 현상을 풀어내기 위해 민주주의 4.0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민주주의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정부가 ‘동반성장’을 외치지만 양극화가 오히려 심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좌 교수는 △명분만 근로자를 위한다는 전투적인 노조의 방치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기업에 가해지는 투자 규제 △지방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한 수도권 규제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대기업은 해외로 떠나고 남은 중소기업은 ‘피터팬 신드롬’에 빠져 성장을 거부하는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도 “공생발전을 주장하는 것은 각 이익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치를 볼모로 삼은 것”이라며 “시장을 영역별, 업권별로 쪼개는 조합주의의 발로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한국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 한국금융학회 등 총 52개 경제 관련 학회가 공동 참여한 경제학계 최대 학술행사다. 참석 학자들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공공의 적으로 내모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행태와 무분별한 복지 공약 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