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환 (주)신한 회장 "불도저 대신 봉사…중동서 신뢰 쌓아"
“의료봉사로 당장 이익을 보자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과 리비아 간 신뢰를 굳건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춘환 (주)신한 회장(사진)은 최근 후원한 한국 의료 자원봉사단의 리비아 봉사활동을 ‘미래를 위한 신뢰 쌓기’라고 표현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8~26일 고려대를 비롯한 38명의 의료봉사단을 이끌고 리비아 알자위아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봉사단은 단순 외래진료만이 아니라 뇌·척추수술 등을 진행했고,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강연과 세미나도 열었다.

김 회장과 리비아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택 중심인 국내 사업의 한계를 예측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눈을 돌려 리비아 건설시장에 진출했다. 리비아 주택 1만가구 건축을 비롯해 예멘 이라크 콩고 등 중동 건설시장에서 수주활동을 펴왔다.

이번 의료봉사는 한국 건설사들이 리비아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는 불안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내전 이후 피해 보상금과 공사 미수금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리비아 과도정부(NTC)는 오는 6월 정식 정부가 들어선 뒤 논의해보자며 미루고 있다. 리비아 건설 공사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중국 건설사들은 공사 미수금과 피해 보상금을 받기 전엔 복귀하지 않겠다며 리비아를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은 불도저 대신 의료 자원봉사단과 함께 리비아를 찾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리비아는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의료기술이 부족해 어려운 외과수술이 필요한 환자 대부분을 해외로 보내는 실정이다.

김 회장은 “리비아의 특성상 일반적인 내과진료와 약을 처방하는 단순 의료 자원봉사보다는 내전으로 발생한 많은 외상환자들을 위한 외과수술이 필요하다”며 “고려대 의료원의 협조를 얻어 외과수술을 잘하는 의료진을 구성, 1000여건의 진료와 30여건의 외과 대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주)신한의 의료봉사는 현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의 김정희 건교관은 “이미 국제사회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고 있는 리비아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서는 한국의 의료기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의료봉사가 적격”이라며 “당장은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신뢰를 통한 기회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신한은 이번 의료봉사를 시작으로 향후 지속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번 의 료봉사 때 수술하지 못한 환자 1명을 위한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리비아는 현재 전후 복구공사에 많은 프로젝트들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료봉사로 신뢰를 다진다면 향후 재건 복구공사에도 선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리폴리=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