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수수료율 오히려 올라갈 수도
광고ㆍ레버리지 규제는 과당경쟁 개선 효과

신용카드업계와 정부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카드수수료 개정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통과시킨 법안이 정치 논리에 치우쳐 시장경제 원리를 제대로 담지 못했고, 카드시장에 역효과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14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신설한 항목은 가맹점 수수료율 차별 금지, 광고 규제, 레버리지 규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맹점 수수료율 부분이다.

해당 조항은 `신용카드업자는 가맹점과 수수료율을 정함에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존에 카드사별, 업종별 수수료에 차이가 심해 중소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개선안이다.
다음달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세부안이 제시될 전망이다.

그러나 수수료율을 차별하지 않고 상한선을 1.8% 이하로 결정한다면 현재 1.5% 정도인 종합병원은 법 개정 후 불이익을 받게 된다. 수수료율이 오히려 올라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업종별 상황이 달라 수수료율을 똑같이 적용하더라도 가맹점마다 반발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신용카드업자는 영세 중소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우대수수료율을 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놓고는 카드업계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전체 업종 평균 수수료율이 2% 정도인데 카드사들은 이미 연매출 2억원 미만 중소가맹점에 1.8% 이하의 우대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다.

카드사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요율을 정하면 위헌 소지가 있고 시장 경쟁 체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헌법 소원을 제기한다는 계획도 있다.

이번 개정안이 카드사에 득이 되는 내용도 적잖다.

대형 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자동차도 수수료율 인하를 더는 압박할 수 없게 된다.

출혈 경쟁을 해왔던 업계의 영업 관행을 바로 잡는 조항도 있다.

몸집 부풀리기 제한이 그것이다. 개정안에 카드사의 총 자산이 자기자본이 10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레버리지 규제를 도입했다. 무더기 회원 유치와 대출 경쟁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카드사로서는 일종의 제동 장치가 생긴 셈이다.

광고 규제도 카드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는 보험과 달리 별도의 광고 규제가 없었으나 이번에 신설됐다.

개정안에는 과장 광고, 사실 은폐 광고를 금지하고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음을 표시해 광고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개정안의 일부 조항만 문제삼고 있다.

한 카드사의 관계자는 "수수료율 차별 금지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정부가 직접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은 시장 경쟁 원리를 심각히 침해한다. 이 개정안의 논리대로라면 카드사들이 수익 악화로 부도 위기에 처하면 국민 세금으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