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베두인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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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아라비아 로렌스’는 베두인족의 특성을 잘 그린 영화다. 베두인족은 낙타 부대를 이끌고 죽음의 사막을 건너 난공불락의 요충항인 아카바 요새 기습에 성공한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버텨내는 이들 부족의 인내심과 강인한 근성은 영화 곳곳에 잘 묻어난다. 주인공 로렌스는 신과 베두인족들만이 사막을 즐기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는 지독한 기후와 지리적 환경에서의 적응력은 에스키모와 베두인족을 당할 종족이 없다고 얘기했다. 성경 속 아브라함 시대부터 역사의 족적을 남기고 있는 베두인족이다.
베두인은 3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대다수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리비아 등지에 살고 있다. 이스라엘에도 17만명이 거주한다. 물론 이들은 이미 유목민이 아니라 정착민이 된 지 오래다.
전통적으로 베두인은 세계에서 가장 수완이 뛰어난 상인으로 유명하다. 사막을 왕래하면서 동서 교역의 핵심 세력으로 인정받아 왔다.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으로도 이름나 있으며 범인을 추적하는 데 특출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도 한다. 이스라엘 거주 베두인들은 특히 테러리스트 색출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는 이스라엘 군에 자원입대해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베두인들의 반골 정신도 빼놓을 수 없는 특성이다. 요르단계 베두인들은 지난해 초 요르단 국왕에게 왕비의 낭비벽을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튀니지와 이집트의 베두인과 힘을 합쳐 싸울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한국 관광객들이 이집트 시나이반도 순례 중 베두인계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났다고 한다. 지난주 초에는 중국인 노동자와 미국인 관광객도 납치했다. 관광객을 볼모로 이집트 정부의 차별에 항거하고 있는 것이다. 베두인들은 이집트 정부가 자신들의 소유인 농지를 등록할 수 없게 하고 정당 결성도 할 수 없게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요르단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베두인족보다 훨씬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중동지역 소수 민족은 수십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이들 민족들은 여전히 소수로 살아간다. 오랫동안 유목민으로 살아온 특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수 민족들의 결합을 싫어하는 인근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어디서나 소수 민족의 삶은 힘겹기만 하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는 지독한 기후와 지리적 환경에서의 적응력은 에스키모와 베두인족을 당할 종족이 없다고 얘기했다. 성경 속 아브라함 시대부터 역사의 족적을 남기고 있는 베두인족이다.
베두인은 3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대다수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리비아 등지에 살고 있다. 이스라엘에도 17만명이 거주한다. 물론 이들은 이미 유목민이 아니라 정착민이 된 지 오래다.
전통적으로 베두인은 세계에서 가장 수완이 뛰어난 상인으로 유명하다. 사막을 왕래하면서 동서 교역의 핵심 세력으로 인정받아 왔다.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으로도 이름나 있으며 범인을 추적하는 데 특출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도 한다. 이스라엘 거주 베두인들은 특히 테러리스트 색출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는 이스라엘 군에 자원입대해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베두인들의 반골 정신도 빼놓을 수 없는 특성이다. 요르단계 베두인들은 지난해 초 요르단 국왕에게 왕비의 낭비벽을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튀니지와 이집트의 베두인과 힘을 합쳐 싸울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한국 관광객들이 이집트 시나이반도 순례 중 베두인계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났다고 한다. 지난주 초에는 중국인 노동자와 미국인 관광객도 납치했다. 관광객을 볼모로 이집트 정부의 차별에 항거하고 있는 것이다. 베두인들은 이집트 정부가 자신들의 소유인 농지를 등록할 수 없게 하고 정당 결성도 할 수 없게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요르단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베두인족보다 훨씬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중동지역 소수 민족은 수십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이들 민족들은 여전히 소수로 살아간다. 오랫동안 유목민으로 살아온 특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수 민족들의 결합을 싫어하는 인근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어디서나 소수 민족의 삶은 힘겹기만 하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