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저 인간 머리 속엔 뭐가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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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관' 이대리·'딸랑이' 김부장
직장인 뇌 구조
男대리 '술·여자·스포츠'
오전 내내 해장음식 찾는 게 일…자신보다 박지성 건강이 더 관심
계절 앞서가는 女대리
한겨울에 벌써 여름휴가 계획…머릿속은 이미 세계여행 다녀
직장인 뇌 구조
男대리 '술·여자·스포츠'
오전 내내 해장음식 찾는 게 일…자신보다 박지성 건강이 더 관심
계절 앞서가는 女대리
한겨울에 벌써 여름휴가 계획…머릿속은 이미 세계여행 다녀
손자병법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구절이 있다. 군주(上)의 목표와 병사(下)들이 원하는 바가 같아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리더는 부하직원들의 욕구를 파악해 회사의 비전과 일치시켜야 하며 부하직원들은 상사의 뜻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매일 한 사무실에서 갖은 얘기를 나누지만 좀처럼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기 힘든 곳이 직장이다. “자네는 무슨 생각으로 일처리를 이렇게 했나” “부장님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 있을까…” “정 과장은 생각이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어” 등등.
정말 그들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 있을까. 요즘 인터넷에서 유명인들과 각종 캐릭터들의 ‘뇌구조’가 인기다. 이번주 김과장 이대리에서는 직장인들의 뇌구조를 들여다 봤다.
◆신입사원 “나는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딘가”
신입사원들의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생각은 ‘정체성의 혼란’이다. 언제 어디서 자기 이름이 불릴지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감, 자신을 부른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는 걱정이 크다. ‘6시 정시 퇴근’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충격, ‘회식때 무슨 신곡을 불러야지’ 하는 고민도 그들의 몫이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신입사원들처럼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멋진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존재감 무(無)’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보면, 존경받는 형이고 멋진 오빠였던 대학 4학년 시절이 그립다. “아, 학생 때가 좋았는데….” 지금은 전화를 어떻게 돌리는지, 팩스 넣을 때는 글자 있는 쪽을 위로 해야 하는지, 아래로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남자직원 ‘내 체력보다 박지성 체력에 더 관심’
대리급 남자직원들의 뇌 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술, 여성, 스포츠의 세 가지로 집약된다. 오전에는 생각 중 3분의 1가량이 점심 메뉴 고르기에 집중된다. 전날의 술자리 여파에 시달리며 해장 음식 찾기에 분주하다. 그렇게 회복되면 오후에는 다시 누구랑 어디로 가서 저녁 술자리를 가질지에 생각이 몰린다.
틈틈이 스마트폰이나 PC 등을 통해 걸그룹 동향을 비롯한 주요 연예, 스포츠 뉴스를 탐색하는 것도 주 관심사다. 시즌에 따라 한국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프로 스포츠 경기와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등을 오가며 멤버 이름과 시합 일정을 꿰차고 있다. 박지성의 체력상태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을 갖고 걱정하지만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이다.
◆여직원 ‘여름 휴가가 코앞(?)인데…’
여성 직장인들은 항상 계획한다. 그 첫 번째는 휴가 여행 계획이다. 휴가가 갖는 의미는 남성 직장인들보다 크다. 자신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과 카카오톡, 네이트온 등 메신저의 대문 사진을 채워줄 사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백화점이 늦겨울부터 여름 신상품을 내놓듯 여직원들은 벌써 여름 휴가 일정 짜기에 돌입했다. 싱글 여직원들의 머릿속은 이미 오대양육대주를 넘나들고 있다.
미모와 몸매 가꾸기, 어학 실력 키우기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 밖에 책상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 오는 주말은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계획에도 여념이 없다. 옆팀 여직원의 치마길이와 가방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작 옆팀 여직원이 누군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
◆과장 “갈 데가 없을 줄 알아? 사실 없긴 하지만…”
전국의 과장들은 자신이 회사를 떠나면 회사가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서의 기둥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부장이나 임원에게 혼날 때면 ‘확, 회사를 때려칠까보다. 내가 갈 데가 없을 줄 알아?’ 하면서도 꾹 참는다. 대부분의 경우 사실 갈 데가 없다. 그들은 부서의 상, 하를 잇는 경계에 서 있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대리들에 대한 경계감, 자기 앞길에만 집중하는 부장에 대한 서운함이 교차한다. 자기가 스스로 신세대라고 생각하면서도 “요즘 젊은 것들은 왜 이래?”하며 혼란된 가치관을 보이기도 한다. 어찌보면 사춘기 마냥 직장생활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살아가는 때다.
◆부장 “꿈에도 소원은 임원”
부장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어는 오직 하나 ‘임원’이다. 뇌구조의 절반이 임원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생각들이 있다면 우선 골프다. 항상 매년 목표는 싱글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체력과 건강에 대한 걱정도 머릿속을 맴돈다. 살을 빼고 체중조절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정도 배는 나온 것도 아니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부하 직원들이 결재 보고서를 내밀면 무조건 꼬투리 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마음에 안 들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이다. 지상 과제인 ‘임원’의 길을 방해하는 최대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고경봉/윤성민/윤정현/강영연 기자 kgb@hankyung.com
정말 그들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 있을까. 요즘 인터넷에서 유명인들과 각종 캐릭터들의 ‘뇌구조’가 인기다. 이번주 김과장 이대리에서는 직장인들의 뇌구조를 들여다 봤다.
◆신입사원 “나는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딘가”
신입사원들의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생각은 ‘정체성의 혼란’이다. 언제 어디서 자기 이름이 불릴지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감, 자신을 부른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는 걱정이 크다. ‘6시 정시 퇴근’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충격, ‘회식때 무슨 신곡을 불러야지’ 하는 고민도 그들의 몫이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신입사원들처럼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멋진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존재감 무(無)’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보면, 존경받는 형이고 멋진 오빠였던 대학 4학년 시절이 그립다. “아, 학생 때가 좋았는데….” 지금은 전화를 어떻게 돌리는지, 팩스 넣을 때는 글자 있는 쪽을 위로 해야 하는지, 아래로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남자직원 ‘내 체력보다 박지성 체력에 더 관심’
대리급 남자직원들의 뇌 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술, 여성, 스포츠의 세 가지로 집약된다. 오전에는 생각 중 3분의 1가량이 점심 메뉴 고르기에 집중된다. 전날의 술자리 여파에 시달리며 해장 음식 찾기에 분주하다. 그렇게 회복되면 오후에는 다시 누구랑 어디로 가서 저녁 술자리를 가질지에 생각이 몰린다.
틈틈이 스마트폰이나 PC 등을 통해 걸그룹 동향을 비롯한 주요 연예, 스포츠 뉴스를 탐색하는 것도 주 관심사다. 시즌에 따라 한국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프로 스포츠 경기와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등을 오가며 멤버 이름과 시합 일정을 꿰차고 있다. 박지성의 체력상태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을 갖고 걱정하지만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이다.
◆여직원 ‘여름 휴가가 코앞(?)인데…’
여성 직장인들은 항상 계획한다. 그 첫 번째는 휴가 여행 계획이다. 휴가가 갖는 의미는 남성 직장인들보다 크다. 자신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과 카카오톡, 네이트온 등 메신저의 대문 사진을 채워줄 사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백화점이 늦겨울부터 여름 신상품을 내놓듯 여직원들은 벌써 여름 휴가 일정 짜기에 돌입했다. 싱글 여직원들의 머릿속은 이미 오대양육대주를 넘나들고 있다.
미모와 몸매 가꾸기, 어학 실력 키우기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 밖에 책상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지, 오는 주말은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계획에도 여념이 없다. 옆팀 여직원의 치마길이와 가방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작 옆팀 여직원이 누군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
◆과장 “갈 데가 없을 줄 알아? 사실 없긴 하지만…”
전국의 과장들은 자신이 회사를 떠나면 회사가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서의 기둥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부장이나 임원에게 혼날 때면 ‘확, 회사를 때려칠까보다. 내가 갈 데가 없을 줄 알아?’ 하면서도 꾹 참는다. 대부분의 경우 사실 갈 데가 없다. 그들은 부서의 상, 하를 잇는 경계에 서 있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대리들에 대한 경계감, 자기 앞길에만 집중하는 부장에 대한 서운함이 교차한다. 자기가 스스로 신세대라고 생각하면서도 “요즘 젊은 것들은 왜 이래?”하며 혼란된 가치관을 보이기도 한다. 어찌보면 사춘기 마냥 직장생활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살아가는 때다.
◆부장 “꿈에도 소원은 임원”
부장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어는 오직 하나 ‘임원’이다. 뇌구조의 절반이 임원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생각들이 있다면 우선 골프다. 항상 매년 목표는 싱글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체력과 건강에 대한 걱정도 머릿속을 맴돈다. 살을 빼고 체중조절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정도 배는 나온 것도 아니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부하 직원들이 결재 보고서를 내밀면 무조건 꼬투리 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마음에 안 들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이다. 지상 과제인 ‘임원’의 길을 방해하는 최대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고경봉/윤성민/윤정현/강영연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