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조선주가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조선 '빅3' 올초 대비 30~35% 주가 급등…단기 과열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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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9시51분 현재 현대중공업은 6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1.67% 내린 32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열흘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현재 3.96% 떨어진 3만1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외국계 매도세가 몰리며 2.33% 하락한 3만77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주 '빅3'로 꼽히는 종목들은 올초와 비교해 지난 10일까지 현대중공업이 약 28%, 삼성중공업(38%), 대우조선해양(35%) 가량 상승세를 이어왔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부터 시작된 조선업종 랠리는 너무 빠르고 강하다"면서 "당시에도 설명하기 어려웠던 2008년 12월과 같은 경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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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브러더스 사태 이후 발주 경색(펀더멘털 훼손)으로 7개월 간 50%~70% 가량 주가가 하락했던 조선업종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두 달 만에 30~40% 반등에 성공한 전력이 있다.

최 연구원은 "하지만 2009년초에도 펀더멘털은 크게 회복된 바가 없었다"면서 "결국 2009년 조선사들의 백로그(주문잔고)는 거의 1년 가까이 소진됐으며 주가는 2009년 2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하락 후 횡보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선주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는 진단이다. 주가는 반등세를 이어오고 있으나 현재 신조 시장은 금융경색에 큰 영향이 없는 생산설비, 일부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실수요 기반 석유 및 화학제품 운반선(PC선)만이 움직일 뿐이라 명백한 불황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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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연구원은 "주가 조정 및 횡보 구간을 우려하며 조선업종에 대한 추가적인 비중확대를 반대한다"면서 "매크로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됐던 기술적 반등 구간은 이제 거의 끝나간다"고 밝혔다.

그는 "상선 시장의 발주 경색 해소의 시그널로 중고선 거래량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해운시장 회복 및 신조시장 금융경색 완화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상반기 동안에도 해양·특수선 중심의 수주가 지속되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비중확대가 유효할 것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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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양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의 수주 흐름이 다소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 부유식 해양생산설비(CPF) 수주 이후 관련 프로젝트의 해양생산설비 발주결과가 1분기 내에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양에너지 개발은 약 200억~250억달러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중 언론을 통해 확인된 굵직한 프로젝트는 약 120억불 수준으로 현재 상선발주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므로 상반기에는 해양·특수선 중심의 수주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하방경직성+밸류에이션 매력 좋아"

향후 주가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지만 업종 내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 연구원은 "대형 3사 중에서 현대중공업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가장 양호하고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확실하다"면서 "플랜트 및 해양 부문에서 수주모멘텀 양호하고, 그 동안의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주가 급등 후 조정시기 하방경직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시점에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를 상회하는 것에 반해 현대중공업은 9배 이하로 싸다는 것.

박 연구원은 "상반기 동안 해양·특수선 중심의 수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조선소에서는 빠른 납기의 LNG 수주 상담도 활발한 상황"이라면서 "이에 따라 수주 가능성이 높은 대형 조선 3사 중에서 상대적 밸류에이션이 높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