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는 수의과대학 본과 4학년 유미옥씨(27,여)가 최근 발표된 2012년 제55회 수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2008년 행정고시(5급공개경쟁채용시험)에 이어 ‘2관왕’이 됐다고 12일 밝혔다.
유 씨는 수의학과 본과 2학년에 재학중이던 2008년 12월 수의학 전공자로는 처음으로 행정고시에 도전해 행정직군 일반행정직에 최종 합격해 화제가 됐다. 수의학은 예과 2년, 본과 4년 등 총 6년의 커리큘럼과 각종 임상수의 실습 등 한 학기 24학점이 넘는 전공을 이수해야 하는 만큼 유 씨는 큰 부담을 안고 행정고시에 도전했다. 학기 중에는 학과 공부와 고시공부를 병행할 수 없어 방학을 이용해 주로 공부하고, 1년간 휴학도 해가며 준비한 끝에 관문을 통과했다.
이후 유 씨는 정부로부터 대학 학업을 계속해야 하는 재학생에게 주어지는 유예기간을 받아 2년간 수의학을 계속 공부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는 행정안전부 소속 수습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공무원 연수를 거쳐 11월부터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정신건강정책과에서 근무하면서 어렵게 학업을 계속해 지난 1월말 실시된 제55회 수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했다.
올해 수의사국가고시는 기존 10개 교과목에서 총 20개 교과목으로 확대돼 전공분야별 기초수의학, 예방수의학, 임상수의학, 축산법규· 축산학 4개 분야로 재편돼 시행되었으며 통합형 문제도 병행 출제되는 등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유 씨에게는 시험제도 변화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당당히 합격했다.
유씨는 “교수님들의 심화학습 프로그램과 기초수의학과 예방 임상 분야의 다양한 현장 실무교육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는 아버지께서 사회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공직에 대한 꿈을 심어 주셔서 어릴 때부터 공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는 유씨는 수의사의 꿈을 키우던 2006년 한 달 반 일정으로 '우프'(외국 농장에서 일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국제교류 프로그램)를 통해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행정고시 도전의 꿈을 구체화 했다. "호주에 있는 유기농 목장에서 일종의 농활 비슷한 일을 해봤는데, 자연친화적인 환경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관광객도 만족해하고, 시민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공무원으로 환경 보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됐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행정고시와 수의사고시에 모두 합격해 공공 보건과 행정 전문가의 꿈에 한발 다가선 유씨는 “꼭 국민을 섬기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 씨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2년 간 수의학을 공부하며 다른 대학생들처럼 방학 때마다 아프리카 오지 배낭여행을 다녔다. 평소 좋아했지만 그동안 고시준비로 못했던 탐험과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아프리카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등을 방문했다. “척박하고 메마른 땅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울창한 숲과 평지를 보면서,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이스라엘 무역상에게 ‘자원도 풍부하고 발전가능성이 높은데 왜 못사는지’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정부가 부패해서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국가와 국민이 잘 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깊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씨는 “국가 행정도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행정고시에 도전했으며, 평소 보건 환경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전공인 수의학 분야 수의사자격도 꼭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대학 졸업을 앞둔 유 씨는 현재 행정안전부 소속 새내기 5급 수습 사무관으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에 파견돼 생명존중 국민운동본부 설립추진 TF 일을 하고 있다.
한진수 건국대 교수(수의학)는 “수의학전공 재학생으로는 드물게 행정고시에 합격해 수습 행정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졸업하는데다 수의사국가고시에도 합격해 앞으로 당당히 수의사로서 국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업무에 매진하게 돼 후배 재학생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오늘 22일 열리는 건국대 2012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총장 공로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