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좌익사범’을 사정당국 신고대상에 포함하면 양심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는 진정인 김모씨 등이 2010년 7월 “‘좌익사범을 신고하라’는 111콜센터 안내방송을 들을 때마다 자기검열을 강요 당하는 느낌이 들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침해받는다고 생각했다”며 낸 진정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결정문에서 “좌익, 좌파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다른 뉘앙스로 쓰인다”며 “좌익사범신고라는 용어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우리 사회에서 ‘좌익’이란 개념은 ‘좌파’와는 차별되게 ‘북한과 연결되거나 체제 전복을 꾀하는 세력’으로 쓰여왔다”며 “그 결과 국정원 뿐 아니라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도 주로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대상으로 좌익사범이나 좌익사건 등의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용어사용이 인권침해 수준에 이르려면 주관적 느낌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인권침해에 대한 인식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확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향숙·장주영·한태식·양현아 위원은 “좌익사범 용어는 특정 정치적 경향을 보이는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은 “다수의견과 같이 일반인이 좌익사범이란 용어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실정법 위반자’라는 제한된 의미로 이해한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며 “현실적으로 좌익과 좌파라는 용어가 구분돼 사용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111콜센터 홍보방송은 국정원의 요청으로 2010년 2월부터 수도권 일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하루 평균 6천여회 방송되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