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안받는 국회 '멋대로 입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는 상관없이 상임위 통과만으로 ‘성공한 입법’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안’의 처리를 지켜 본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의 분석이다. 여야 의원들이 특별법 자체의 실현가능성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좌초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법안 통과를 시켰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단은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들이 여야 구분없이 입법 자체만으로 표가 된다는 ‘나 몰라라식’ 입법이 가능한 구조적 원인으로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표심잡기 외에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진 청와대와 정부의 ‘원죄론’을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비리 등으로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지면서 국회의 파행 입법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 스스로 저축은행 부실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론에 묶여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부산 민심을 의식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예금자의 자기 책임만을 내세우며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소홀하다가 법안이 통과되자 뒤늦게 반발하는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 주말 금융위 간부에게 “각자 아는 모든 언론에 요청해 특별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리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부가 법 자체의 위헌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자칫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는 데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정무위의 법 통과 이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할 뿐 사전에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