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연초부터 언론에서 저출산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다루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거의 세계 꼴찌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자녀를 너무 많이 낳아 문제가 됐던 때가 있었죠. 30~40년 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혹은 “여보! 우리도 하나만 낳읍시다”와 같은 출산 억제를 위한 구호들이 있었는데 상황이 너무 변했어요. 요즘 저출산을 심화시킨 요인을 경제적 관점에서 찾기도 하는데요. 저출산의 경제적 요인과 저출산으로 초래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그리고 출산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A. 저출산의 심각성

며칠 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10명 중 9명이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2010년 합계출산율은 1.23명에 그쳐 홍콩(1.07명) 싱가포르(1.11명) 대만(1.15명) 같은 일부 아시아 국가를 빼면 가장 낮아요.

우리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요. 먼저 이미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더라도 많이 낳지 않아 생기는 문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비롯되는 문제인데요, 이로 인해 혼인건수가 대폭 감소하고 남녀의 초혼연령이 높아졌어요. 이런 현상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있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초혼건수는 1990년 35만7000건에서 2010년 25만5000건으로 크게 줄었어요. 남성의 초혼연령은 1990년 27.8세에서 2010년 31.8세로 3.9세 높아졌고, 여성도 같은 기간 24.8세에서 28.9세로 4.1세 올라갔어요. 특히 ‘30~40대 총각’이 빠르게 늘고 있어요.

◆저출산의 원인

우선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적 요인, 즉 ‘돈’ 문제입니다. 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0.2%가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을, 23.9%가 소득과 고용 불안정을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어요. 결국 10명 중 8명이 경제적 요인 때문에 출산을 꺼린다고 할 수 있죠.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제때 하지 못하면서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혼인건수 감소와 초혼연령 상승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죠. 결혼한 부부가 겨우 한 명 남짓 자녀를 갖는 상황에서 혼인건수 감소는 출산의 감소를 의미합니다.

또 초혼연령 상승은 부부의 자녀 출산에 관한 선택에 영향을 주겠지요. 남성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 즉 정년을 생각해 양육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자녀를 낳으려 하겠죠. 여성도 결혼연령이 높아지면 첫 아이 출산 시기가 늦어지므로 아이를 많이 갖지 않으려 할 거고요.

◆왜 초혼연령이 높아졌을까?

혼인건수 감소와 초혼연령 상승의 원인으로 사람들은 종종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지적하지만 경제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고용 불안이 심해지면서 소득 불균형이 확대되었는데, 그 결과 젊은 남녀가 결혼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지요. 예전에 비해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해진 상태에서 남성의 경제력과 직업 안정성을 중시하는 우리의 혼인문화로 인해 미혼 남녀의 결혼관에 있어?불일치가 커졌어요. 교육 수준이 높아진 여성은 적어도 자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교육 수준을 갖춘 배우자를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다음으로 그동안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해요. 주택마련 비용은 결혼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결혼 비용 증가는 특히 남성들의 결혼시장 참여를 어렵게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출산이 초래하는 문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저출산 현상이 지속될 경우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이에 따라 노동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부양인구가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조세 부담이 커지고 소비와 투자는 위축받겠죠. 그리고 노동력의 고령화는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죠. 결국 저출산은 고령화를 가속화시키고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또 고령인구를 위한 연금과 건강보험 등 복지 지출이 늘어나 국가 재정이 흔들릴 수도 있어요. 물론 획기적인 기술 진보로 이런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만큼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면 저출산고령화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앞으로 그런 기술 진보가 가능할지 의문이에요.

◆출산율을 높이려면

현재 같은 저출산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죠.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우선 고용과 출산 지원 관련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해요. 그리고 ‘혼인건수 감소초혼연령 상승→출산율 저하고령화 심화’로 이어지는 현상 이면에는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층의 고용 불안 해소가 시급한 과제죠. 또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특히 전세가격이 안정돼야 합니다.

기업들은 젊은이들의 고용 불안 해소와 출산 지원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해요. 출산율 하락과 이로 인한 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과 소비 위축을 불러와 기업의 생존에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구성원들의 고용소득 안정이 왜 중요한지 한번 생각해봐야 하죠. 비정규직 근로자 채용 확대가 결과적으로 저출산고령화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미래의 소비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업들은 육아휴직 활성화, 출산장려금 지급, 탄력적 근무 환경 조성과 같은 근로자들의 요구사항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이상호 <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조정팀장 >

◆ 독자퀴즈

다음 중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이어질 경우 예상되는 문제가 아닌 것은?

(1) 노동인구 감소 (2) 소비지출 확대 (3) 국민의 조세 부담 증가
(4) 정부의 복지지출 증가 (5) 산부인과 의원 수 감소


▶퀴즈 응모요령 : ‘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

제공 :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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