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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돌고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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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천자칼럼] 돌고래 재판
    해양포유류 가운데 아마 돌고래만큼 사람들이 좋아하는 녀석도 드물 것이다. 일단 생긴 것부터 앙증맞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데다 돌고래쇼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들에게 매료되는 건 시간문제다. 물찬제비처럼 물속과 공중을 넘나드는 재롱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잘 따르는 온순한 속성도 호감도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일 게다.

    돌고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지나쳐서일까. 돌고래를 둘러싼 소송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다. 8일 제주지방법원에서는 국내 첫 돌고래 재판이 열렸다. 어민들에 의해 불법으로 잡혀와 돌고래쇼에 동원되고 있는 녀석들을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검찰과 사람에 길들여진 돌고래가 야생에 내팽개쳐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관광업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재판부는 피고 측에 방사할 경우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우연인지 마침 미국에서도 돌고래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동물보호 단체인 PETA는 테마수족관을 운영하는 시월드를 상대로 미국 수정헌법 13조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수정헌법 13조는 “노예제도나 강제노역은 형사처벌에 의한 경우가 아닌 한 미국 또는 그 관할 내 어느 곳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월드 측이 돌고래쇼에 동원하는 범고래들을 사실상 노예처럼 강제노역시키고 있다는 게 PETA의 주장이다. 6일 샌디에이고 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시월드 측 변호인은 “범고래는 미국 헌법 전문이 보호대상으로 하는 우리 국민(We the people)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PETA 측 변호인은 “단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예화돼도 좋은가”라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두 재판 모두 결론이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자연으로 돌아가 죽더라도 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옳은지, 수족관에서라도 안전한 삶을 유지시키는 게 바람직한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소위 ‘동물쇼’를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에는 조련사의 명령에 따라 척척 재주 부리는 것을 보며 그저 재밌고 신통하다며 박수를 쳤지만 이젠 동물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물론 배부르고 한가한 소리라고 핀잔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돌고래쇼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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