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남자들 '혹독한 겨울'
‘돈봉투’ 의혹으로 박희태 국회의장이 전격 사퇴하자 정치권의 이목은 일제히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향했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 캠프의 상황실장이던 김 수석은 고승덕 의원이 되돌려준 돈봉투에 대해 보고받고,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진의를 파악한 당사자로 지목돼 왔다.

야당은 9일 김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하금열 대통령실장의 예방을 받고, “김 수석이 지난번 저를 찾아와 너무나 많은 거짓말을 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김 수석은 고 의원과)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보면 범법자이고 공직을 하기에 부적격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런 분들이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에 있다고 하면 국민이 청와대를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수석은 이날 일부 언론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부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상황에서 핵심 참모가 사의를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11일 오전 귀국하면 자연스럽게 사퇴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검찰이 다음주 중 김 수석을 소환할 예정이어서 사퇴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 경우 임기 1년을 남긴 이 대통령의 측근들은 비리 혐의로 줄줄이 낙마하는 꼴이 된다. 작년 9월 김두우 홍보수석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데 이어 지난달엔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보좌관의 금품 수수 혐의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수석이 돈봉투 사건으로 결국 낙마하면 MB정권의 도덕성에 또다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임도원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