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천…새누리 의원 대부분 반대
野 "뒤통수 맞았다"…국회 대정부질문 파행
천안함 사태에 대한 이 발언이 결국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사진)의 발목을 잡았다. 7개월10일을 끌어온 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9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9인 체제인 헌법재판소의 장기 파행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조 후보자 동의안에 대한 무기명투표를 실시해 찬성 115명, 반대 129명, 기권 8명으로 부결시켰다.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성 확보차원에서 야당 추천몫으로 보장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여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부결시켰다는 점에서 정국이 급속히 경색됐다.
부결 직후 민주통합당은 긴급의총을 열어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결정했다. 의총에선 “단 한 명인 야당 추천 재판관까지 부결시킨 새누리당이 왜 수구 꼴통인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뿌린 대로 거둘 것이다”는 등의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헌법재판관 공백사태는 지난해 7월8일 조대현 재판관 퇴임 후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헌법소원이 잇따르고 있고 이에 대한 헌재 판단이 중요한 시점에 8인 체제는 동수로 나뉠 위험이 있어 불안정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6월28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발점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부 발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 후보자는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확신하느냐”는 계속된 질문에 “직접 본 게 아닌 만큼 확신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한 게 논란을 촉발했다. 새누리당은 “야당 추천인사지만 국가관이 의심스럽다”는 사상공세를 펴며 반대입장을 고수해왔다.
수적 열세로 인한 부결을 우려한 민주당은 “야당 추천인사에 대한 관행과 다양성 존중이라는 헌법정신을 고려해 선출안을 처리해줘야한다”고 요구하며 각종 쟁점법안과 이 문제를 연계했다.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찬성입장을 정리할 때까지 상정에 반대, 처리가 지연돼왔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쇄신작업에 나서면서 기존 강경 기조는 누그러진 듯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야당이 추천한 몫이기 때문에 정치 관행에 따라야 한다”며 찬성 의견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보이자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주 본회의 안건 상정에 합의했다.
실제 새누리당이 따로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자유표결을 한 것도 당내 긍정기류를 반영한 결과였다. 하지만 무기명으로 실시된 이날 투표 결과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져 결국 14표차로 조 후보자 동의안이 부결되는 사태를 맞았다.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결국 다수의 힘으로 헌법까지 무시한 새누리당은 여전히 한나라당이고 아무리 색깔을 바꿔봐야 이명박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를 추천했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선출안 상정에 동의한 김진표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 책임론이 대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야당 추천몫의 재판관을 새로 인선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하지만 당내 반발기류가 워낙 강하고, 4월 총선일정 등으로 개원이 어렵다는 점에서 헌법재판관 공백사태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