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시피주의 베니 톰슨 하원의원(민주)은 2010년 자신과 딸의 집이 있는 볼튼시 인근 지역을 포함한 20여곳의 도로 재포장에 90만 달러의 연방정부 예산을 책정했다.

조지아주의 잭 킹스턴 하원의원(공화)은 자신이 보유한 섬의 휴양지 오두막에서 채 300m도 떨어지지 않은 해변을 보수하는데 630만 달러의 예산을 확보했다. 미시간주의 캔디스 밀러 하원의원(공화)도 자기 집 인근 다리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드는데 48만6000달러를 배정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미국 의원들이 자기 집이나 인근 지역의 개발프로젝트를 위해 선심성 예산을 사용한다면서 의원들의 ‘혈세로 제 배 불리기’ 실태를 고발했다. WP는 이를 위해 미 의원 535명의 재산신고 내역과 2008년 이후 지역구 선심성 예산 실태 등을 비교했다.

조사 결과 33명의 의원이 자기 소유의 부동산 인근이나 2마일(3.2㎞) 이내 지역에서 진행되는 수십 건의 공공개발 프로젝트에 3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배정한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의원 자신이 소유한 상업용·주거용 부동산뿐 아니라 가족이 보유한 부동산 인근 지역에 예산이 배정된 사례도 있었다.

자신의 배우자나 자녀, 부모가 직원이나 이사회 구성원으로 재직 중인 기업이나 대학,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국가 예산을 사용한 의원도 16명이나 됐다.

WP의 명단에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급 의원 이름도 포함됐다. 펠로시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유니언광장에서 차이나타운까지 연결하는 5000만 달러 규모의 경전철 프로젝트가 문제가 됐다. 유니언 광장 인근에 남편의 4층짜리 건물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콜로라도강을 건너는 2150만 달러 규모의 교량 건설사업 예산을 확보한 것이 논란이 됐다. 네바다의 도박도시 로플린과 애리조나의 불헤드시티를 연결하는 교량공사다. 리드는 불헤드시티에 160에이커의 개발되지 않은 땅을 보유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미 의회가 제정한 윤리 규정에 따르면 이런 행위는 합법적이고 공개할 의무도 없기 때문에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의원들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예산이 도로를 더 안전하게 하고 지역경제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것이며, 인근에 자신의 재산이 있다는 점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예전에도 선심성 예산 논란은 있었고 이번에 드러난 사례도 전체 의원수에 비하면 많은 수준이 아니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 의회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제기된 것이어서 큰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