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거취 문제로 이사회서 또 '설전'
“(서남표)총장이 거짓말하고 교수들 편가르기를 한다.”(경종민 KAIST 교수협의회장)

“교수들이 이렇게 나서선 안 된다. 한발 물러서야 한다.”(김창원 KAIST 이사·AMKOR A&E 회장 겸 이사장)

“냉각기를 갖고 대화의 시간을 갖자.”(오명 이사장·웅진그룹 태양광에너지부문 회장)

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AIST 임시 이사회에서 교수 대표와 일부 이사진 사이에 거친 설전이 벌어졌다. 서남표 KAIST 총장(76·사진)의 사퇴를 요구해온 교수협의회와 교수평의회의 공세에 일부 이사들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2010년 7월 연임에 성공한 서 총장의 임기는 2014년까지다.

교수 대표로 이사회에 참석한 경종민 회장은 “총장이 국회와 언론 등에 ‘혁신비상위원회 안건들을 보고받은 적이 없어 처리도 못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또 “학교 이름으로 내야 할 특허 51개를 총장 개인 이름으로 받았고 차입금 340억원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보직교수에게만 수당을 지급하면서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남표 거취 문제로 이사회서 또 '설전'
강성호 교수평의회 의장도 “서 총장은 교수들을 자신을 지지하는 개혁교수와 그렇지 않은 비개혁교수로 구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수 591명 중 91%(536명)가 교수협의회 소속이며 총장 해임 촉구 결의문 채택 찬반투표에 383명이 참여해 75.5%(289명)가 찬성했다”며 서 총장을 겨냥했다. 반면 일부 이사들은 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들의 행태를 문제 삼았다. 이날 이사로 재선임된 김영길 한동대 총장은 “교수협의회가 이사회에 출석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총장 측 인사로 알려진 김창원 이사는 “교수들이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로 이사 임기가 끝난 그는 “학교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교수들이 이렇게 나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 회장은 “이사회에 나온 것은 정확한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맞받았다.

오명 이사장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내가 (서 총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무슨 뒷거래를 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사진과 교수 대표의 발언이 1시간가량 이어진 뒤 오 이사장은 “학내 문제를 외풍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언론 플레이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서 총장도 언론에만 흘리지 말고 교수들에게 직접 얘기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은 회의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편 이사회는 이날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정길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곽재원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