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민주통합 정책위 의장 "재벌 탐욕 막을 '슈퍼 출총제' 부활"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은 7일 “재벌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예외 규정을 두지 않는 강력한 출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부에서 출총제가 상징성만 있고 재벌 규제에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출총제는 기존보다 훨씬 강력한 내용이 될 것”이라며 ‘슈퍼 출총제’ 도입을 시사했다. 대기업집단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 방지를 위한 출총제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맞아 민주통합당이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제도다.

그는 “재벌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 큰 덩치, 가족경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전문 대기업과 달리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따른 폐해가 커지고 있어 강도 높은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처음에는 순자산의 25%였던 총액 한도 기준이 40%로 완화되고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현물출자 물적분할 회사 등 각종 예외를 두면서 사실상 무력화된 측면이 있어 이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3월 폐지된 출총제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한 자산 2조원 이상 회사가 순자산의 40%를 초과해서 국내 회사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당시 출총제 대상 기업은 16개 대기업, 618개사였으나 각종 예외 조항으로 실제 대상 기업은 30개에 머물렀다. 민주통합당이 적용 예외를 두지 않고 출총제 한도를 25%로 강화한 ‘슈퍼 출총제’를 도입할 경우 이들 대기업의 상당수가 적용 대상이 된다.

또 다른 재벌 규제 수단으로 거론되는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 이 의장은 “방향은 금지하는 게 맞지만 기업들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통합당의 재벌정책은 일부 재벌 오너들의 탐욕을 규제하자는 것이지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다”며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오히려 부자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달 재벌개혁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인 이 의장은 4월 총선 후 우선 처리할 법안으로 공정거래법 등 재벌개혁법안과 1% 부자 증세 법안을 꼽았다. 그는 “출총제 및 일감 몰아주기 등과 같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소득세 최고 구간 1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 등의 증세 법안, 반값등록금 법안을 우선순위에 두고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월 총선 이후 이들 법안에 대한 입법주도권을 발판삼아 12월 대선을 치러나가겠다는 게 민주통합당의 전략이다.

보편적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던 새누리당이 선거를 앞두고 연일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 데 대해 “영혼이 없는 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장은 “불과 얼마 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까지 벌였던 새누리당이 한마디 반성도 없이 이제는 초·중·고교 아침 무상급식까지 하겠다는데 이 정도면 정체성을 떠나 영혼이 없는 수준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세청장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장관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도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때면 부담이 없지 않다. 이 의장은 “정책은 종교와 달리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에선 공론화조차 어려웠던 재벌개혁, 부자 증세, 보편적 복지가 이명박 정부 아래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현실이 변화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