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리스크 줄이고 개인고객 확보에 '올인'
주요 은행들의 2012년 경영성과지표(KPI)가 최근 확정됐다. KPI는 은행원들의 연간 성적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승진 연봉 등을 결정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KPI에서 어떤 항목의 배점을 높이면 은행원들은 이 항목에서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때문에 KPI 조정은 일선 영업점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온다.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 등 주요 은행들의 2012년 KPI 조정 핵심은 ‘리스크관리 강화’와 ‘고객 기반 확대’로 요약된다.

◆건전성 관리에 가중치

은행들은 올해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부실을 막기 위해 카드, 퇴직연금 영업과 가계 및 기업대출을 자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1만점 만점의 KPI에서 리스크관리 분야 배점을 지난해 300점에서 올해 400점으로 높였다. 대신 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의 영업에 대한 배점을 줄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특히 카드의 경우 신한카드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점을 많이 뒀으나 신한카드가 완전히 자리잡은 만큼 지원의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총 1000점 만점의 KPI 중 건전성 관리에 대한 배점을 작년과 같은 100점으로 유지했다. 다만 한 달 이상 신규 연체금액이 부실로 전이되는 비율에 대한 항목을 만들어 30점가량을 배정했다. 한 달 이상 연체가 새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라는 뜻이다. 국민은행은 대신 예금 유치에 대한 가중치는 낮췄다.

우리은행은 연체비율에 대한 배점을 50점(1000점 만점) 낮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연체가 조금 늘더라도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영업 관련 KPI 배점을 기존 70점에서 50점으로 20점 낮췄다. 기업은행은 은행원들의 실적 경쟁을 막고자 예금유치와 신용카드 이용대금 부문에 대한 KPI평가를 상대평가제도에서 절대평가제로 변경했다. 한편 가계대출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7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KPI 배점에서 아예 폐지한 바 있다.

◆외환영업 강화

주요 은행들은 외환 부문에 점수를 많이 줘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1000점 만점의 KPI에서 외환 부문 배점을 최대 20점 높였다. 우리은행도 20점 상향 조정했다. 이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영업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고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도 외환 부문 배점을 높였는데 외환은행과 경쟁하겠다는 뜻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은행들은 또 예금, 적금 유치 등 고객 기반 확대에 나서면서 ‘위기 속 기회 찾기’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은행은 적립식 펀드 등 적립식 상품의 영업 점수를 50점에서 60점으로 10점 높였다. 국민은행도 수익증권과 신탁판매 배점을 높였다.

하나은행은 적금과 보통예금에 대한 KPI 배점을 각각 20점, 10점 높였다. 대신 대출, 예금잔액에 대한 배점은 40~50점 낮춰 자산 확대는 막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개인고객확보 부문 배점을 70점으로 높게 유지, 지난해 ‘1000만명 개인 고객 달성’ 이후에도 소매금융 확대를 지속하기로 했다.

안대규/이상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