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낙하산'이 만든 대학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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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정치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지난해 감사원이 대대적으로 실시한 ‘대학 등록금’ 감사를 직접 담당했던 한 실무 감사관의 말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450여명을 동원해 대학의 문제점을 집중 파헤쳤다. 등록금 부당 사용, 입시·재단 비리, 태만한 학사운영 등 문제가 없는 곳이 없었다. 이 감사관은 “감사원은 각 대학의 회계장표를 살펴보거나 제보만 확인했지 ‘수사’ 수준의 심도 깊은 감사는 하지 못했는데도 가는 곳마다 비리가 터져 나왔다”며 “대학들이 정기적으로 기본적인 해당 부처 감사만 받았어도 비리가 이렇게 만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에 대한 1차적인 감독 책임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있다. 교과부가 매년 회계장표만 제대로 감사했어도 상당수의 비리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교과부는 2008년과 2010년 교육분야 비리를 척결한다며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제대로 된 성과물은 없었다.
교과부 측에서는 실무 일만 하기도 인원이 부족해 대학을 감독할 여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과부와 대학들 간의 뿌리깊은 유착이 진짜 이유라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과부 직원이 퇴임한 뒤 대학에서 자리를 잡는 ‘낙하산’ 사례가 너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대학 임원이 비리를 저질러 해임되고도 교과부의 묵인 아래 다시 복귀하거나, 교과부 간부가 뇌물을 받은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을 통해 시중은행과 증권회사들을 감사했다. 증권사 임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번 사례 등 다수의 비리가 드러났다. 금감원이 기본적인 회계 감사라도 제대로 했다면 쉽사리 적발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한 감사관은 “금융관료들이 자신의 퇴직 후 밥벌이인 금융회사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아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과부와 금감원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관리하도록 돼 있는 기관들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정부 관료들의 관리 소홀 내지 태만이 교육계와 금융계의 비리를 만들어온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남윤선 정치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