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정부 세계 1위 위상 흔들린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공 정보화 사업, 대기업 참여 전면 배제
수출 4년 만에 24배 늘었는데 해외 수주기반 붕괴 우려
대기업 인력이탈 시작 '초비상'…중소 업체들도 "큰 도움 안돼"
< 전자정부 : 공공부문 IT 솔루션 >
수출 4년 만에 24배 늘었는데 해외 수주기반 붕괴 우려
대기업 인력이탈 시작 '초비상'…중소 업체들도 "큰 도움 안돼"
< 전자정부 : 공공부문 IT 솔루션 >
국내 공공부문 사업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해외 전자정부 솔루션 사업을 수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총 수출액은 2억3566만달러로 2007년의 982만달러에 비해 24배가량 늘어났다. 전년(1억4876만달러)에 비해서도 58%가량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수출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수 기반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전자정부 시장에서 솔루션의 안정성과 보안, 납기 준수 등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루아침에 공공매출 제로”
5일 소프트웨어 업계에 따르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오는 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기업의 공공 정보화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 개정안이 법안심사 소위를 거쳐 이달 중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8월부터 대기업들은 공공시장에서 전면 퇴출된다.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은 연초 사업계획 확정도 보류한 채 이날 법안소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공공 시장 매출이 통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해외사업, 특히 전자정부 솔루션 수출사업이 받게 될 타격이다. 내수보다는 해외사업에 주력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 정부 측 논리지만 사업실적이나 경험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해외에서 일감을 딸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측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지난해 LG CNS가 콜롬비아에서 수주한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이나 SK C&C의 필리핀 재해방지 경보시스템 사업 등은 과거 국내에서 수행한 사업경험이 결정적인 수주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유엔이 2년마다 유엔 가입국을 대상으로 전자정부 서비스 수준, 인프라 구축 정도 등을 평가해 순위를 정하는 전자정부 지수 순위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처음으로 전자정부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해 높은 신뢰도를 얻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공부문 참여배제로 벌써부터 관련 인력들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실적 제로에 전문인력들까지 떠날 경우 해외시장에서 어렵사리 쌓아놓은 한국 IT서비스 기업들의 위상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의 사업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업계의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기 “제값 받고 일하는 환경이 우선”
정부가 대기업들의 공공시장 참여 전면 제한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중소 소프트웨어 업계를 육성한다는 명분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책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져 온 중소 업체들도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외국계 대형업체들이 공공시장에 달려들고 있는 데다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따온 일감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내에서 발주되는 대형 공공사업을 수주하려고 해도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통합하는 정보화 사업의 특성상 독자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업 진행과 관리를 전담하는 PMO(Project Manager Office·프로젝트 관리 사업자)를 공공사업에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일을 필요로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업체인 디지털베이시스템의 하동우 대표는 “그동안 대형업체들의 횡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당장 그들을 공공시장에서 몰아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중소 업체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참여를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보다는 공공시장에 만연한 저가수주, 잦은 발주제안서 변경 등 실제 중소 업체 입장에서 시장의 장벽으로 느껴지는 제약들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