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전쟁 위협에 대응" 맞불
인공위성 발사‥서방, `군사적 전용' 우려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단의 이란 방문 이후 일부 진정 국면이 엿보였던 이란과 서방의 대립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이 재차 대두하고 이란 최고지도자가 서방의 위협에 필요하다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의 칼럼을 통해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올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패네타 장관은 이그나티우스의 주장에 이의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공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부총리는 전날 한 학회 행사에서 이란이 미국을 겨냥한 사거리 1만㎞의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의 핵시설이 있는 지하벙커가 군사공격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 정보 책임자 아비브 코차비도 같은 자리에서 이란이 농도 20%의 농축우라늄을 100㎏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핵폭탄 4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면서 생산 명령만 떨어지면 1년 안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역시 상원 금융위원회가 전면적인 이란 제재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이란 제재·책임·인권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는 등 압박을 지속하는 모양새다.

IAEA 대표단의 방문을 계기로 핵협상 재개 용의를 거듭 밝히던 이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금요예배 설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경고 발언들을 쏟아냈다.

하메네이는 "서방의 석유금수와 전쟁 위협에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우리만의 위협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경고하지만 이런 위협은 미국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면서 "실제 전쟁을 하면 열 배는 더 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을 겨냥해서는 "도려내야 할 `악성 종양'"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어떤 국가나 단체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또 이날 관측용 인공위성 나비드호를 성공리에 발사했다고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장거리 핵탄두 운반 수단 제작 능력을 과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공위성 발사에 사용되는 장거리 로켓의 원리가 ICBM의 발사 원리와 같다는 점에서다.

실제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인공위성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핵 프로그램의 본질에 대한 이란과 서방의 견해 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상태"라면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양측의 기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