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장 먼저 ‘올해의 신상 시계’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 올 1월에도 어김없이 리치몬트그룹 소속의 시계 브랜드들은 저마다 최고의 기술력과 독특한 디자인을 담은 시계를 자랑스레 선보였다.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투르비옹 시계는 물론 심플한 디자인의 합리적 가격을 갖춘 몇천만원대 시계들까지 다양한 제품이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직 출시되진 않았지만, 올해 멋진 시계 하나 장만하려는 남성들의 마음을 벌써부터 흔들어놓고 있다.


1000분의 1초까지 정확히 표시…전세계 36개만 공급

◆몽블랑 ‘타임라이터 II 크로노그래프 바이-프리퀀스 1000’

1000분의 1초까지 정확하게 표시해주는 시계는 얼마나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할까. 1시간당 360만번의 진동을 일으켜야 가능한 이 메커니즘은 몽블랑의 타임라이터 컬렉션에 녹아들어 있다. 크로노그래프 버튼은 12시 방향에 있고 그 아래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볼 수 있는 다이얼(시계판)이 있다.

9시 방향에는 삼각형의 인덱스와 함께 회전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디스크가 초를 가리킨다.

45분 파워리저브로, 주기적으로 크라운을 돌려 시간을 연장해줘야 한다. 47 크기의 다이얼과 18K 화이트 골드 케이스가 특징이다. 전 세계에 단 36개만 선보일 예정이다. 초고속 스톱워치가 나왔던 1936년을 기리기 위함이다. 예상가격은 3억7000만원대로 올해 10월께 출시 예정이다.


정확한 시간 표현 위해 두 개의 무브먼트 장착

◆예거르쿨트르 ‘듀오미터 스페로투르비옹’

회전하는 투르비옹(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장치)이 특징인 예거르쿨트르의 올해 신제품이다.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공간에서 움직이는데 이를 볼 수 있도록 왼쪽 다이얼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이 투르비옹은 축이 두 개인데 하나는 투르비옹 캐리지와 같은 방향으로, 두 번째 수직 축은 약 20도 기울어진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마치 팽이처럼 투르비옹이 움직이면서 회전하게 되는데 이런 3차원적 움직임이 중력이 시계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시킨다.

정확한 시간 표현을 위해 두 개의 무브먼트를 장착했고 3시 방향의 다이얼은 다른 시간대를 설정할 수 있다. 1시와 5시 방향에는 두 개의 배럴이 들어있어 45시간 동안 자동으로 충전(파워리저브),시간을 표시해준다. 42 다이얼, 핑크골드 또는 플래티넘 소재(75개 한정)로 나왔다. 시계 방향으로 크라운을 돌리면 인디케이터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투르비옹을 조정할 수 있다. 가격은 3억4000만원대(핑크 골드 버전).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 와인딩 스켈레톤 시계

◆피아제 ‘알티플라노 스켈레톤 울트라 신’

피아제가 울트라 신(thin)이라는 이름을 괜히 붙인 게 아니다. 두께 5.34㎜.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 와인딩 스켈레톤 시계다. 이를 위해 역시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얇은 2.4㎜ 두께의 셀프 와인딩 스켈레톤 무브먼트 1200S를 장착했다. 특별 제작된 직경 38㎜ 화이트 골드 케이스도 눈에 띈다.

견고함을 유지하기 위해 S자 형태 프레임을 가운데 두는 등 정밀하게 설계했고, 숙련된 장인들의 세공을 거쳤다. 반 세기 이상 울트라 신 무브먼트에서 전문성을 다져온 피아제의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계라는 설명이다. 오는 11월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7900만원대. 피아제의 ‘구버너 크로노그래프’는 블랙 타이 컬렉션의 올해 신제품이다. 원형과 타원형, 그 타원형 안에 또다시 원형이 겹쳐지면서 케이스, 베젤, 다이얼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건축적 구조가 돋보이는 시계다. 가격은 4800만원대.


편안한 디자인…122년 동안 윤년 자동 계산

◆랑게운트죄네 ‘랑게1 투르비옹 퍼페추얼 캘린더’

랑게운트죄네의 인기 제품 랑게1에 투르비옹과 퍼페추얼 캘린더를 달아 만든 신제품이다. 가장 보기 편한 디자인으로 다이얼을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커다란 날짜 표시창,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의 날짜 표기, 링 형태의 월 표기, 윤년 조리개, 문페이즈 등 퍼페추얼 캘린더의 기능이 담겨 있는 것. 이 제품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2100년 3월1일에 한 번 맞추면 된다. 그 전까지는 122년 동안 자동으로 윤년을 계산해서 움직인다. 41.9㎜의 핑크골드와 플래티넘 케이스로 나오는데 플래티넘 버전은 딱 100개만 한정 출시된다. 가격은 4억2000만원대.

랑게운트죄네의 ‘다토그래프 업다운’도 눈에 띈다. 1999년 처음 나왔던 다토그래프 시계의 새로운 버전이다.가격은 1억700만원대(플래티넘 버전).


초정밀 모자이크 세공…비둘기·물고기·조개 모티브 3종

◆바쉐론 콘스탄틴 ‘메티에 다르 레 주니베르 장피니’

지금까지 원시시대 마스크부터 샤갈의 그림, 일본의 옻칠 공예 등 다양한 예술을 시계에 접목해 온 ‘메티에 다르’ 컬렉션의 올해 신제품이다. 모자이크 세공으로 잘 알려진 19세기 네덜란드 미술가 모리츠 코넬리스 에셔의 그림을 시계로 재현한 것이다. 비둘기, 물고기, 조개에서 각각 모티브를 따온 세 가지 모델이 선보인다. 에나멜 기법, 젬 세팅, 인그레이빙 기술을 혼합해 다이얼 위에 표현했다. 기하학, 상징, 동작 등의 느낌을 반영해 우주의 무한한 세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세심한 작업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색채가 조화를 이뤄, 튀는 가운데서도 질서정연한 느낌을 준다. 가격은 1억5000만원대.

‘패트리모니 트래디셔널 14데이 투르비옹’은 바쉐론 제품 가운데 새로운 제네바 홀마크의 기준에 따라 무브먼트가 아닌 시계 전체에 대해 홀마크 인증을 받은 첫 시계다. 가격은 3억5000만원대.


‘2012 뉴 탑건 미라마 컬렉션 제품’…분·초 개념 정확히 표현

◆IWC 샤프하우젠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탑건 미라마’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탑건’을 보면서 한때 멋진 파일럿을 꿈꿔 본 남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 시계는 올해 IWC 샤프하우젠이 출시한 파일럿 워치 ‘2012 뉴 탑건 미라마 컬렉션’ 제품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미라마 기지에서 탄생한 탑건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파일럿의 비행에서는 분과 초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반영, 5~55까지 5단위로 배열한 아라비안 인덱스(시각 표시 숫자)를 적용, 오직 분와 초만을 나타냈다. 시는 안쪽에 그려넣은 작은 동심원을 통해 알 수 있다. IWC가 자체 개발한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칼리버 89365를 탑재했다.

광택이 흐르는 짙은 회색빛 세라믹 케이스에 군용 벨트를 연상시키는 섬유 소재의 녹색빛 스트랩, 무광의 잿빛 다이얼 등은 위장술(카무플라주·camouflage)을 연상케 한다. 케이스에는 내구성이 좋은 세라믹과 티타늄 소재를 사용했다. 1000만원대. IWC는 ‘스핏파이어 퍼페추얼 캘린더 디지털 데이트-먼스’도 내놨다. 대영제국 시절의 전설적 싱글 프로펠러 항공기로 꼽히는 ‘스핏파이어’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IWC가 2003년 첫 출시한 스핏파이어 컬렉션의 올해 새 모델이다. 7000만원대.

민지혜/임현우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