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 일자리 많아져야 시장 신뢰도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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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장경제 (6)·끝 - 결산 좌담회
한경·KDI·시장경제硏 공동기획
복지정책 너무 이념화…경제성 원리 적용해야, 우선순위 정해 지원을
대기업 진출제한 만으론 재래시장 보호 못받아…인프라 늘려 경쟁 키워야
◆참석자
현오석 KDI 원장 | 김호식 시장경제연구원장 | 박정수 서강대 교수(사회)
한경·KDI·시장경제硏 공동기획
복지정책 너무 이념화…경제성 원리 적용해야, 우선순위 정해 지원을
대기업 진출제한 만으론 재래시장 보호 못받아…인프라 늘려 경쟁 키워야
◆참석자
현오석 KDI 원장 | 김호식 시장경제연구원장 | 박정수 서강대 교수(사회)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30일부터 5회에 걸쳐 게재한 ‘흔들리는 시장경제’ 시리즈를 통해 우리 사회가 시장경제를 인식하는 수준을 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를 함께 기획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오석 원장, 시장경제연구원의 김호식 원장,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의 대담을 통해 올바른 시장경제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들어봤다. 사회는 박 교수가 맡았다.
◆박정수 교수=이번 조사는 1500명의 국민을 직업, 교육, 소득, 지역, 세대별로 나눠 이뤄졌다.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최초의 실태조사다.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김호식 원장=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현실 상황에선 반시장 지향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시장경제 체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경제를 잘 이해할수록 우리나라에선 그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오석 원장=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본주의 비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도 많다. 원인을 분석하고 바로잡는 작업이 중요하다.
◆박 교수=저소득층의 계층 상승이 어려워지면서 좌절감이 팽배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현 원장=응답자의 상당수는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운이나 배경’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과거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결과라고 보여진다. 양질의 일자리를 자꾸 창출해야 사람들의 시장 기능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
◆김 원장=2004년에 비슷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경제상황이 나았고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도 지금처럼 비판적이지 않았다.
◆현 원장=‘반값 등록금’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다. 2004년에도 등록금이 비쌌는데 왜 사회적으로 이슈가 안 됐을까. 그때는 대학을 졸업하면 지금보다 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등록금뿐만 아니라 취업 스펙을 쌓는 데 상당한 비용을 들이는 데도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 당연히 시스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해결 방법을 시장경제 원칙에 따르지 않고 정부 개입을 통해 찾으려고 하는 데 있다.
◆박 교수=재래시장·중소기업 보호, 소득 재분배 문제도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현 원장=재래시장 상인이나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장원리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주변 도로에 이면주차를 허용했다. 그러자 주변 교통이 더 혼잡해졌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외면한다. 불편이 생길 때마다 정부에 호소하면 시장만 왜곡될 뿐이다.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중소기업이 보호되고 재래시장이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박 교수=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복지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복지확대에 동의하지만 소득수준에 따른 선별적 복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왔다.
◆현 원장=최근의 복지 논쟁이 지나치게 이념화되고 있다. 복지는 경제성의 원리로 풀어야 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이끌어 내야 한다. 경제원칙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고 선별적 지원으로 가야 한다. 보편적 복지로 가다 보면 오히려 취약계층을 필요한 만큼 도와주지 못하게 된다. 특히 젊은층에서 복지를 이념적으로 해석하고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김 원장=동감한다. 복지는 돈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다. 재원을 가장 먼저 봐야 한다. 다음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면서까지 지금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건 무책임하다.
◆박 교수=아르헨티나는 1980년대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를 달성한 뒤 지금도 그 수준에 멈춰 있다. 양당제하에서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하면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경쟁을 한 결과다.
◆현 원장=좋은 예다. 그리스도 1990년대 중반 사회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지가 굉장히 강화됐다. 보수색채의 야당도 여기에 동조했다. 무차별 복지 확대에 전혀 제동이 안 걸렸다.
◆박 교수=대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현 원장=수출을 통해 성장한 대기업이 성장과실을 많이 가졌다고 보는 것 같다. 수출이 아니면 내수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을까. 이분법적으로 경제를 운용할 수는 없다.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은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분야다. 대기업의 역할도 인정해줘야 한다. 대기업을 누른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김 원장=반기업정서를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들도 노력해야 한다. 기업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는 국민과 기업 간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박 교수=국민들은 아직도 경제활동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제 수준이 높다고 평가한다.
◆현 원장=여전히 미흡하다. 이익집단 때문에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 감기약을 약국에서만 팔도록 한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집단이기주의가 너무 많다.
◆김 원장=경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신이 있어야 과감하게 규제를 풀 수 있다. 경쟁에서 탈락하는 계층을 사회안전망으로 흡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박 교수=시장이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보완도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신뢰가 낮은 건 문제다. 원인은 학교에서 시장원리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데 있는 것 같다.
◆현 원장=피부에 와 닿는 교육을 해야 한다. 지금은 대학입시 선택 과목에서도 경제교육이 외면받고 있다. 미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통해 자기책임 원칙과 리스크 관리를 배운다.
◆김 원장=우리나라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성숙한 인식이 필수적이다. 정부도 경제교육을 중요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
정리=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