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4·11 총선에 한해 의석수를 현행 299석에서 300석으로 1석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경기 파주, 강원 원주, 세종시에서 1석씩 총 3석이 늘어나고 영·호남에서 1석씩 총 2석이 줄어든다. 경남 남해·하동이 사천과 통합되고 전남 담양·곡성·구례에서 담양은 함평·영광·장성과, 곡성은 순천, 구례는 광양시와 합쳐진다. 이로써 전체 지역구 수는 245석에서 246석으로 증가하고, 비례대표는 54석이 유지된다. 이날 처리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된다. 여야가 합의한 사항인 만큼 무리없이 처리될 전망이다.

하지만 의석수를 늘리는 것은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여론에 역행하는 것이다. 게다가 의석 추가로 수억원의 국민혈세가 낭비되게 된다. 국회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늘리기 위해 여론을 무시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야의 합·분구 합의안은 인구수에 따른 것이 아닌 정치적 이익을 고려한 원칙 없는 ‘게리맨더링’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또 여야는 “19대 총선 이후 독립기구를 만들어 선거구를 재조정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석수를 늘리는 안은 받아들이면서 추후 재논의는 차단한 것이다.

이날 통폐합이 확정된 경남 남해·하동의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은 행안위 회의실에 난입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경위가 경미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정개특위의 결정은 특히 헌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선거구 간 인구편차가 3 대 1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지역구 간 인구수가 변동되면서 이 원칙에 벗어나는 곳이 생기자 국회는 지난해 말부터 선거구 재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19대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인구 상한선(30만4107명)과 하한선(10만4342명) 및 선거구 재획정안을 제시했다. 위원회 안은 서울에서 2석, 대구에서 1석, 전남에서 1석을 빼고 경기에서 5석, 강원에서 1석, 충남에서 1석을 늘려 지역구를 총 3석 늘리는 것이었다. 이는 인구수에 따라 원칙적으로 선거구를 재조정한 것이었다.


여야는 강력 반대했다. 선거구를 3개나 늘리는 것에 부담을 느낀 데다 인구를 기준으로 원칙적으로 나눌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도 합·분구될 수 있어서다. 대신 여야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로 선거구를 다시 나누는 안을 들고 나왔다.

여러 논의가 오간 끝에 여야는 인구수가 제일 많은 경기 파주와 세 번째로 많은 강원 원주를 분구하고 새로 생기는 세종시를 더해 3석을 늘리기로 했다.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용인 기흥은 현재 용인 지역 국회의원수(3명)를 유지하기로 하고 기흥시 내 동백동을 인근 처인구로 넘겨 인구 상한선을 맞추는 안으로 합의했다. 전형적인 게리맨더링이다.

문제는 어디에서 지역구 수를 줄이느냐였다. 새누리당은 영·호남과 수도권에서 1석씩 총 3석을 줄이는 안을 들고나왔다. 민주당은 영남에서 2석, 호남에서 1석을 줄이는 안으로 맞섰다. 자신들의 텃밭에서 줄어드는 지역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4·11 총선 후보자 등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여야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다급해진 선관위는 아예 의석수를 1석 늘려 총 300석으로 하자는 안을 들고 왔다. 이 경우 영·호남에서 1석씩만 줄이면 되기 때문에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결국 여야는 헌재가 판결한 인구수 원칙과는 상관 없이 정략적 판단으로 선거구를 재조정한 선관위 안을 못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