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연 엔써즈 대표, 벤처 붐 타고 음성인식업체 설립…기술 완성못해 5년만에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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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실패했다
최근 KT에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김길연 엔써즈 대표(36·사진)는 혹독한 사업 실패를 경험했다. 음성인식이라는 최첨단 분야에서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에 SL2라는 회사를 설립했지만 5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 실패를 만회하는 데는 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2006년 엔써즈라는 회사를 설립, 본엔젤스의 투자를 받았다. 오랜 기간 기술 개발에 몰두한 끝에 지난해 말 45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KT에 매각했다. 지금도 그는 대표이사로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핵심기술을 완벽하게 개발하는 데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9년 포스텍을 졸업한 뒤 KAIST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벤처 붐을 타고 학교 동료들과 함께 2000년 SL2를 설립했다. 음성인식으로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김 대표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기기가 ‘불 켜’ ‘불 꺼’ 같은 간단한 명령어만 인식해도 크게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기술 자체가 완벽하지 못했어요.”
실제 음성인식 기술을 지켜본 하드웨어업체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거실의 탁자 위에 시제품을 놓고 “불 꺼”라고 말하면 잠깐 꺼졌다가도 TV 소리에 반응해 다시 켜지는 식이었다. 다급해진 김 대표는 불완전하게나마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휴대폰과 접목시켜 보고 영어발음 교정에도 사용해 보는 등 온갖 시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업을 접은 그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동영상 관련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엔써즈는 현재 동영상을 분석, 중복 동영상을 골라내는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업체다.
그는 기술에 대한 검증을 받기 위해 장병규 본엔젤스 사장을 다섯 번이나 찾아갔다. 그리고 무참하게 ‘깨졌다’고 한다. “투자를 좀 받을 생각에 찾아갔는데 그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지적을 받았어요.”
장 사장은 경쟁사가 누구냐, 팀은 어떻게 구성했느냐, 특허는 조사해 봤느냐, 기술 개발 단계는 어떻게 되느나, 각종 문제 발생 시 해결책이 있는냐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김 대표를 돌려세웠다. “그때는 너무나 야속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냉정한 비판과 검증을 거쳤기에 완벽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임원기/김보영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