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어제 전체회의를 열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인력을 빼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인력스카우트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전문인력 유출을 둘러싼 갈등을 중재·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런 식의 규제가 말이 되는지 실로 의심스럽다.

물론 중소기업 입장에서 애써 키워놓은 인력들이 나갈 경우 그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그렇다고 동반성장위가 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식으로 나서는 것은 개인의 선택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우선 인력을 빼간다는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인력 이동을 오로지 기업 간 헤게모니 싸움으로만 규정하고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중소기업이 우려하는 기술유출의 문제라면 이는 기존의 법률로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 자체의 문제라면 이는 위험천만하다. 중소기업 근로자도 더 좋은 조건을 선택해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고, 이는 모든 근로자의 꿈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에 한번 취직하면 영원히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식의 괴이한 발상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중소기업에 좋은 인력이 오기는커녕 기피현상만 더욱 심화되고 말 것이다. 한번 중소기업에 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중소기업에 가려고 할 것인가. 문제의 본질은 우수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에 흘러들어오고, 또 계속 일하고 싶어하도록 환경을 바꾸는 데 있다.

스톡옵션 등 젊은이들이 선호할 만한 보상시스템을 도입하고, 경영을 더욱 투명하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도 열심히 하면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 말 벤처 붐 때는 인력들이 벤처기업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대기업이 오히려 전전긍긍하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었다. 동반성장위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