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2시, 서울 개봉동의 엘리시안웨딩홀. 지상 6층 노블레스홀에선 최근 중국 상하이에 신접살림을 마련한 조선족 김정환·이매 씨 부부의 결혼식이 한창이었다. 식장 안엔 예비신부 이매 씨가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제곡 로망스가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이색적인 건 하객 250여명이 옌볜 사투리와 중국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누는 풍경. 로비 곳곳에 걸려 있는 김씨 부부의 웨딩 사진은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수 김현중과 황보가 웨딩 촬영을 했던 서울 청담동 W스튜디오 작품.

김씨는 “TV에서나 보던 한국의 예식장에서 결혼하게 돼 기쁘다”며 “관광도 하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찾아뵐 겸해서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산아제한정책(1가구 1자녀) 이후 1980년대에 태어난 바링허우(八零後)들과 조선족이 결혼과 웨딩 촬영을 위해 서울로 몰려오고 있다. 청담동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부모, 친지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결혼식을 치른 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웨딩패키지를 이용하는 중국의 샤오황디(小皇帝·소황제)와 샤오궁주(小公主·소공주)들이 늘고 있다.

◆중국 조선족…한국서 결혼 선망

결혼은 한국서…'바링허우' 몰려온다
최근 조선족 사이에선 한국에서의 결혼식이 선망의 대상이다. 진영록 엘리시안웨딩홀 사장은 “우리 예식장에서 한 달에 10~20건은 중국에서 온 부부의 결혼식”이라며 “조선족이 많이 사는 구로구나 광진구의 웨딩홀에선 한 해에 100여쌍 이상의 조선족이 결혼한다”고 귀띔했다.

조선족 한 쌍이 한국에서 쓰고 가는 비용만도 1000만원 이상이다. 이날 김씨 부부가 쓴 돈은 250여명의 피로연 비용과 ‘스드메’(스튜디오 웨딩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 800여만원. 비행기 요금과 숙박료를 합치면 김씨 부부의 결혼비용은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게 예식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씨의 아버지 김용득 씨(67)도 “한국에 친지가 있는 조선족 중 절반 이상은 한국에 들어와 결혼식을 올린다”고 말했다.

하객들도 수십명씩 몰려온다. 김씨 부부의 신부 측 하객인 김모씨(65)는 “관광도 하고 오랜만에 가족들도 만나기 위해 왔다”며 “200만원의 예산으로 보름가량 머물다 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류 바람이 ‘웨딩 한류’로 이어지는 건 중국보다 높은 품질 덕택이다. 이승재 TM 웨딩시티 상무는 “중국에선 아직도 결혼식을 식당에서 진행하는 등 웨딩 서비스가 걸음마 단계”라고 전했다.

◆“촬영은 반드시 청담동에서”

중국에서 식을 올리더라도 유독 한국에서 웨딩 촬영을 고집하는 중국의 신세대들도 늘고 있다. 중국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화장이나 사진촬영 등 모든 면에서 전문적이고 만족도가 높다는 평판 덕분이다.

정은지 한국관광공사 과장은 “‘대장금에 나온 박은혜 씨가 웨딩 촬영을 한 곳은 어디냐’고 묻는 등 주로 한류 스타가 이용했던 곳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은민아 아이웨딩네트웍스 차장은 “500만원에서 600만원 하는 스드메 패키지가 지난해에만 310여건 판매됐다”며 “중국 고위 공무원 부부는 자녀 결혼을 위해 1200만원인 청담동 웨딩 촬영, 스킨케어 패키지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인 대상 웨딩촬영 매출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