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 다산硏 이사장 "윤리경영 강조한 다산의 혜안 되새길 때"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윤리경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주가 소작농에게 얼마만큼의 농산물을 분배하는 게 적절한지를 연구했으니 지금의 대기업과 하청업체·근로자 간 관계를 연구한 것이라 볼 수 있죠. 어느 누구도 가난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게 다산의 결론이었습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70)은 2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박 이사장이 평생동안 연구해온 다산이 탄생 250주년을 맞는 해다. 그가 2004년부터 시작한 이메일 칼럼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는 35만~40만명이 받아보고 있으며, 오는 6일 700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시대가 윤리경영을 필요로 하는 지금 다산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도덕성·개혁성·전문성을 강조했는데 그 가운데 도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 만큼 우리 기업들도 윤리경영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 선생 연구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그가 다산의 사상에 처음 흥미를 가진 건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중화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조선 후기 실학 사상가들에 대해 배우며 대표적 실학자였던 다산에게 매력을 느꼈다.

이후 전남대에 입학해 다산 저작의 영인본을 찾아 읽으며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전남대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 논문으로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을 썼고 이후에도 《다산 기행》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다산 정약용의 일일수행》 등 다산에 대한 많은 책을 썼다.

‘행(行)’을 강조했던 다산의 사상을 실천하기 위해 책상머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한·일회담반대운동 등으로 옥고를 치른 것만 4번이다. 현실 참여적인 성향 덕에 정치에도 연이 닿아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시장은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하되 문제가 생기면 이를 수정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지금 자본주의를 재고찰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이 생각하는 대책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다. 그는 “대기업은 자본을 집중 투자해야 하는 첨단기술 같은 데 힘을 쓰고 유통업 같은 것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남겨두는 게 다산의 정신과 합치된다”고 설명했다.

다산을 널리 알리기 위한 그의 노력에는 정년퇴직이 없다. 고희(古稀)를 맞은 올해 다산에 대한 그의 최고 노작(勞作)인 다산전기를 준비하고 있다. 다산의 일생을 단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상을 심도 있게 고찰하는 책을 낼 계획이다.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700회 특집도 준비하고 있다. 700회는 다산의 천주교 배교 논란에 대해 다룬다. 박 이사장은 “한국방송(KBS)이 지난달 26일 ‘역사스페셜’에서 ‘다산은 끝까지 천주교를 버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한때 관여를 했지만 결국 손을 끊고 유학에 몰입한 게 명확한 만큼 이를 확실히 하겠다”고 귀띔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