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간 호흡 측정만으로 폐암 진단
재미 한인 과학자가 현지 연구진들과 함께 호흡 측정만으로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 실리콘밸리 의료기업 ‘메타볼로믹스’의 임성현 연구원(38·사진)은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을 클리블랜드병원 임상시험에 적용하면서 진단 정확도가 83%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다른 병원으로 임상시험을 확대하고 정확도를 90% 이상 올려 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그는 “5분가량 호흡 테스트를 통해 그동안 조직 검사로만 식별이 가능했던 특정 폐암의 종류와 진행 정도까지 예측해 낼 수 있고 폐암 초기 단계도 진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의 핵심은 ‘색측정 센서 배열 기술’이다. 마치 리트머스 용지가 산과 염기에 반응해 색깔이 변하는 것처럼 물질의 다양한 성질에 반응해 색이 변하는 염료 여러 개를 특수하게 배열한 뒤 색깔 변화의 패턴을 읽어내는 기술이다. 이 센서를 수십~수백개 활용해 숨을 정밀 분석한 뒤 암 발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암세포의 대사 물질이 혈액에 녹았다가 날숨에 포함돼 나올 수 있으며 이 센서는 날숨에 포함된 여러 물질을 한꺼번에 감지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일리노이대 화학과 케니스 서슬릭 교수와 함께 연구하면서 이 기술의 초기 연구결과를 2009년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실었다. 여기서 그는 서슬릭 교수가 연구 중이던 호흡 측정 센서에 나노기술을 결합해 측정 감도를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였다.

그는 “대장암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며 한국의 기초기술과 접목할 부분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미 일리노이주로 조기 유학을 간 임 연구원은 일리노이대에서 유기합성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딴 뒤 2002년부터 4년간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