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어제 한 강연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글로벌 경쟁환경과 개별기업의 특성이 감안되지 않은 아날로그 방식의 획일적 규제”라며 반대했다. 그는 또 “대기업들에 무리하게 족쇄를 채우는 것은 결국 당해 기업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 비효율을 초래하게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모처럼 공정위원장다운 발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분이 취임 1년여간 그토록 대기업 규제로 난리를 피웠던 그 김동수 위원장이 맞는지 의심이 간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초 취임한 지 사흘 만에 내놓은 것이 바로 ‘물가기관 선언’이었다. 공정위의 인사 및 조직을 물가관리 체제로 개편하고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인사조치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공정위의 직접적 물가통제야말로 전형적인 ‘아날로그 방식의 획일적 규제’요 기업에 무리하게 족쇄를 채우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물가관리는 공정위의 본령도 아니다. 공정위의 가히 폭력적 규제는 백화점과 홈쇼핑의 판매수수료율 강제 인하, 4대그룹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억제 등 이루 말할 나위가 없었다. 동반성장 공생발전이라는 완장을 찬 공정위가 지난 1년간 밀어붙인 대표적인 초법적 규제들이다.
그런 김 위원장의 변신을 보면 고소를 금하기 어렵다. 물론 입장이 갑자기 바뀐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루 전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의 최근 대기업 때리기 움직임을 “기업을 너무 위축시킨다”고 비판한 것을 의식했을 것이다. 1년 전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물가관리를 언급하자 곧바로 공정위는 물가기관이라고 선언했던 것처럼 전광석화 같은 변신이다.

흔히들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것은 너무 심하다. 더구나 공정위는 민간을 제재하는 준사법기관으로 상대적 독립성을 그 생명으로 하고 있다. 참 어처구니없는 공정위의 전락이요 관료의 타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