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된 수수료 체계…가맹점별 수수료로 전환 필요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3개 카드사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해지 운동에 들어가겠다고 1일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수수료율 인하를 촉구하기 시작한 이후 본격적으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연합회는 “이들 카드사가 대형마트나 계열사에 대해서는 싼 수수료를 적용하고 소상공인에게는 비싼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들이 이처럼 나서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와중에 특히 내수가 위축되면서 카드 수수료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이 대기업 수준만큼 카드 수수료를 내려 달라고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2%라고 했을 때 1만원을 결제하면 카드사들은 가맹점으로부터 200원(2%)을 받는다. 카드사들은 200원 가운데 150원을 결제대행 업체인 밴(VAN)사에 다시 지급한다. 나머지 50원을 자금조달 비용, 리스크 관리 비용, 시스템 유지 비용 등에 쓴다.

2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살 때 카드 수수료율이 2%이면 가맹점 수수료는 40만원(2%)이 된다.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정액이어서 150원으로 같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이익이 더 많이 남는다. 이익이 커지는 거래에서는 수수료율을 낮춰줄 여지가 생기는 게 시장 원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건범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사로서는 3만원 이하 결제는 손해이기 때문에 소액결제를 안 하는 게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연합회의 주장 가운데 계열사 우대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한 KB국민 현대 삼성 롯데카드 등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대해 모두 같은 1.7%의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다. 자동차에 대해서도 현대차 쌍용차 르노삼성차 구분 없이 수수료율은 1.7%로 같다.

카드업계는 올 들어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카드 수수료율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의 카드 수수료 체계는 1978년 정부가 업종별로 정한 것이 유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래 당사자 간 협의로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계 최대 카드사인 비자카드는 업종, 매출 규모, 카드 연체율 등에 따라 수수료율 적용 구간을 25개로 세분한 후 다시 환불 발생률, 부정사용 발생률 등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눠 수수료를 매긴다. 때문에 업종과 규모가 비슷한 두 가맹점도 수수료율이 다르다.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은 “시장원리를 추구하되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하는 방식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