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커진 유사방송, 유럽선 규제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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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나꼼수 이어 손바닥TV·뉴스타파 잇단 등장
美ㆍ日은 규제 안해…방통위 "사회적 합의 필요"
나꼼수 이어 손바닥TV·뉴스타파 잇단 등장
美ㆍ日은 규제 안해…방통위 "사회적 합의 필요"
인터넷 팟캐스트 ‘나꼼수’(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끌면서 ‘나꼽살’ ‘나호구’ 등 유사 서비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듣기 전용의 팟캐스트뿐만이 아니다. 동영상 부문에서도 MBC가 ‘손바닥TV’라는 인터넷 TV 서비스를 시작했고 YTN 해직기자들은 최근 ‘뉴스타파’라는 걸 내놓았다. 공통점은 방송과 비슷하지만 규제를 덜 받는다는 점이다.
유사방송(방송·통신 경계영역 서비스)은 때로는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나꼼수는 서울시장 선거 때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연회비 1억원짜리 피부과를 이용한다고 주장해 투표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지난달 27일 첫 서비스를 시작한 뉴스타파는 닷새 만에 누적 시청자 50만명을 기록했다. 손바닥TV도 지난해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하루평균 30만~40만명의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유사방송은 0%대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을 비웃기라도 하듯 빠른 속도로 시청자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총선 대선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방송이라면 규제해야
사실상 방송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법적 규제나 제도적 감시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 유사방송에 대한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송으로서의 중립성 공정성 다양성 등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심의-제재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기존 방송사들도 정부 규제가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표시한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을 지상파 방송,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등으로 명시해 놓았다. IPTV는 별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는 방송법 규제를 받는 방송이 아니고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규제를 받는다.
어느 법의 적용을 받느냐에 따라 규제는 크게 달라진다. 방송에 대해서는 시장진입, 사업구역, 편성, 내용 등을 엄격히 규제하는 반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대해서는 인터넷 사업자들에 적용하는 일반적인 규제만 한다. 기술 발달로 방송-통신 구분이 애매해진 상황에서 기존 법을 적용하게 되면 규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단 나꼼수를 ‘인터넷 서비스’로 보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도 부가 서비스라 방송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손바닥TV나 뉴스타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박유리 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는 부가 서비스여서 현행 방송법으로는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U는 방송으로 간주
유사방송에 대한 규제는 기술이 발달하고 방송-통신의 융합이 빨라지면서 세계적으로 골치 아픈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인터넷 동영상서비스를 방송의 일종인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로 규정하고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물론 기존 방송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규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방송 규제가 약한 미국과 일본은 인터넷 동영상을 인터넷 서비스로 보고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인터넷 동영상이 유사방송 형태로 진화하자 이를 방송에 편입시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지난해 포기했다. 인터넷 발전을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문가들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방송인지 유사방송인지도 애매해진 만큼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유사방송은) 현행 방송법 영역에 들어가진 않지만 실질적으로 기존 방송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방송법-IPTV법 통합만 논의할 게 아니라 방송 개념부터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미국식으로 갈지, 유럽식으로 갈지 고민하고 있다. 올해 총선 대선 등 선거에 휘말리다 보면 법제 정비가 늦어질 수도 있다. 양청삼 스마트미래전략팀장은 “인터넷 기반의 뉴미디어를 어떻게 할지 추이를 지켜보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조귀동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