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제이프론 선임 프로그램 리더 "불만 가득찼던 임직원들, 속마음 편지 쓰게하자 희망을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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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교육업체 '랜드마크 에듀케이션'
이 모임은 미국 최대 중국패스트푸드업체 판다익스프레스의 자기계발 프로그램에 따라 마련됐다. “인간으로서 성장하면 사업에도 성공한다”는 앤드루 청 최고경영자(CEO)의 철학에 따라 판다익스프레스는 벌써 10년 가까이 이런 회의를 하고 있다. 직무교육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실제 사업성과로 이어졌다. 1973년 이민자인 아버지와 함께 시작한 작은 음식점은 1350개 직영 점포를 두고 연간 14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랜드마크포럼. 1991년 설립된 자기계발 교육프로그램 제공업체 랜드마크 에듀케이션이 고안한 포럼이다. 그동안 19개국에서 130만명의 직장인들이 참여했다. 자체 설문결과 참석자 중 94%는 포럼이 자신의 인생에 심오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회사의 선임 프로그램 리더이자 자회사 밴토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제이프론은 “세계적으로 직원 개개인의 삶의 질과 인간의로서의 성장에 관심을 갖는 CEO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책 ‘위대한 성과의 법칙(The Three Laws of Performance)의 저자이기도 한 제이프론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과를 향상하는 법칙에 대해 들어봤다.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게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 교육을 회사 전 직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투자입니다. 공장의 생산직 근로자들도 얼마든지 회사의 미래 목표를 현실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죠. 리더십은 타이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조직의 성공을 스스로의 성공으로 여기는 것이 리더십입니다.”
▶개인과 조직성과와의 관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내가 주장한 ‘성과의 세 가지 법칙’ 중 첫번째 법칙은 ‘개인의 성과는 상황이 각자에게 인식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업체인 론민의 예를 들어보죠. 주로 짐바브웨나 모잠비크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 회사 광부들은 몇 날 며칠을 뜨겁고 눅눅한 암흑 속에서 지내야 합니다. 백인 관리자들을 향해 분노를 느끼는 건 당연했죠. 그들은 관리자들이 자신들을 땅파는 기계쯤으로 여긴다고 인식했습니다. 자연히 사고율은 높아졌고 지역의 에이즈 발병률이 40%에 달하는 등 회사는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광산에 새로 부임한 브래드 밀스 CEO는 이같은 인식의 방식을 바꾸자고 결심했습니다. 인센티브나 기술훈련으로 그들을 ‘개화’시키려 하는 대신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우리와 함께 포럼을 열었습니다. 백인들은 발을 들여본 적도 없는 위험한 곳이었죠.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서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광부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밀스는 거만한 경영자에서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회사는 악덕기업에서 지역사화를 옹호하는 동반자로 변했습니다.”
▶그런 인식의 변화가 광산의 성과개선으로 이어졌습니까.
“물론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밀스는 회의에서 과거의 관행을 반복할 경우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해 보자고 했습니다. 노동자들은 ‘파업이 있을 것이다’‘거리에서 강도와 살인이 일어날 것이다’‘갈수록 비용이 증가해 5년만에 회사가파산할 것이다’라고 예측했죠. 이들은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들의 무기력한 미래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밀스는 회사와 노동조합, 지역사회가 협력할 경우 펼쳐질 미래에 대해 다시 얘기해 보자고 했습니다. ‘문맹퇴치’‘완전고용’‘에이즈 없는 사회’ 등의 대답이 쏟아져 나왔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 미래는 창조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이 변화 프로그램에 헌신하기로 서약합니다. 물론 광산의 실적은 눈부시게 개선됐습니다.”
▶성과의 두번째 법칙은 무엇입니까.
“상황이 인식되는 방식은 언어가 지배한다는 겁니다. 여기에서 언어는 반드시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언어가 더 중요하죠. 우리는 이를 ‘위장된 감정’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의 늦은 귀가에 대해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의 이런 감정은 짜증을 내고 남편과 말도 하지 않는 등의 행동양식으로 이어지죠.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아내는 이런 불평을 지속해 ‘이득’을 얻습니다. 아내는 갈수록 당당해지고 모든 잘못을 남편에게 돌리게 됩니다.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획득하는 것이죠. 물론 여기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남편과의 친밀감, 삶의 만족감, 활력 등은 포기해야 하죠.
▶내면의 목소리에 대한 성찰이군요. 조직의 성과와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일본의 부동산 업체인 폴루스그룹은 창업자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나카우치 도시미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자 곤경에 빠집니다. 그의 세 아들과 임원진들은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지, 회사가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죠.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들의 내면의 목소리는 불평과 불만, 절망의 말들로 가득찼습니다. 임원진은 창업주 가족에, 창업주 가족은 이사회에, 이사회는 다시 임원진에 문제를 돌렸죠. 그 ‘대가’로 회사는 계속해서 나락으로 빠져들게 됐죠.
▶그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말로 표현되지 않은 언어영역, 즉 위장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저는 폴루스그룹 창업주 가족들과 임원진들로 하여금 창업주에게 그의 부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편지를 써보도록 했습니다. 한 임원이 쓴 편지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사장님이 병석에 누우신 지도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생각대로 일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우리 서로를 향해, 심지어 사장님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 무거운 감정의 짐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그러고 나면 우리 경영진이 협력해 새로운 비전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변화였죠. 지도자의 부재에 대해 불만과 아쉬움만을 호소하던 임직원들이 드디어 자신들 스스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세번째 법칙과 관계가 있을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성과의 세 번째 법칙은 ‘미래 기반의 언어는 상황이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겁니다. 언어는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서술적 언어와 미래기반의 언어죠. 서술적 언어를 통해 기술하는 미래는 앞서 말한‘무기력한 미래’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설명하기 때문이죠. 개인과 조직은 미래기반의 ‘선언적’ 언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고 비전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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