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하기전 보유자금 중 상당 부분을 LG디스플레이와 관련된 ELS 상품에 투자했던 직장인 오 모씨(41세)는 최근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녹인(Knock In) 구간에 들어갔던 LG디스플레이의 주가가 지난해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손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LG그룹주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오전 10시 54분 현재 LG이노텍은 전날보다 5500원(6.53%) 오른 8만9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7월말 9만원대에 머물던 LG이노텍 주가는 유럽재정위기 부각과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해 9월 26일 5만62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소폭 반등, 이달 중순까지 7만원 근처에 머물었지만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다.

LG이노텍의 지난해 4분기 K-IFRS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135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3.7%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전분기 53억6700만원에서 600억1500만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올 1분기부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LG이노텍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1조2374억원, -52억원으로 추정했다.

박성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 실적은 1분기에 적자 폭을 대폭 축소한 이후 2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업 부문별로는 대형 외부 거래선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카메라 모듈 사업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빠르면 올 1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2011년 4분기 매출액은 6조61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4% 늘었고 영업손실은 1448억원으로 전분기의 4920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대우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매출액이 6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32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채널 재고가 낮아 통상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노동절, 올림픽에 대비한 재고 확충이 빠르게 나타날 전망이고 ▲코닝의 글라스 판가 인하 등으로 추가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하며 ▲원화 강세로 기말 원·달러 환율이 40원 하락하는 것을 가정하면 외화평가 이익이 1000억원 이상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인 비수기 속에서도 세계 1위 LCD업체인 LG디스플레이의 TV와 PC용 LCD패널 주문은 대만 경쟁사와 달리 증가하고 있어, 1분기 영업적자는 450억원으로 축소될 것"이라며 2분기에는 LCD 업황 회복으로 28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7분기 만에 흑자전환할 것으로 봤다.

이같은 기대감에 LG디스플레이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지난해 9월말 1만7300원까지 하락, 유럽재정위기 이전의 60%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LCD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정상화 기대감에 꾸준히 오르며 2만93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내달 1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LG전자도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에프앤가이드 기준)는 13조9554억원, 영업이익은 647억원으로, 전분기 318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LG전자는 TV와 스마트폰 사업이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기대감에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지난 27일에는 8만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말이후 6개월만이다.

이날 실적 발표 예정인 LG그룹의 또다른 주력 계열사인 LG화학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 1분기부터는 업황 개선으로 실적 개선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화학 주가도 이달 들어 32만원대에서 38만원대로 올랐다.

지난해 4분기 LG화학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5조6109억원, 579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6%와 20.0%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양증권은 LG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이 5293억원으로 낮아지지만 올해 1분기 7224억원→2분기 8427억원→3분기 8564억원→4분기 7092억원 등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그룹 지주사 LG 주가도 최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자회사 LG전자와 LG화학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LG 역시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할인율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LG의 시가총액은 LG전자와 LG화학의 지분가치 수준에 지나지 않는 저평가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대로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LG 주가의 본격적인 저평가 국면 탈피는 LG전자의 경쟁력 회복에 따른 영업실적 개선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룹 내 매출에서 LG전자를 중심으로 LG디스플레이 등 전자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으로 그룹 내 전자사업 부문의 중요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