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업화 50년] "울산서 번 돈 울산 기업에 재투자"
최일학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울산이 미래 10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려면 지역경제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금융산업의 취약점을 개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지적대로 울산은 경제규모에 비해 금융인프라가 크게 낙후돼 있다.

울산지역의 금융기관 점포수(출장소 포함)는 시중은행 57개, 지방은행 45개, 특수은행 41개, 신용·새마을금고 등 65개, 우체국 40개, 저축은행 6개, 수출입은행 1개 등 총 255개에 이른다. 이를 인구 10만명당 금융 점포수로 환산하면 23.2개로 전국 평균인 29.6개에 크게 못 미친다. 다른 광역시와 비교해 보면 부산(29.5), 대구(29.2), 광주(27.5), 대전(25.1)보다 훨씬 낮다. 지역 산업에서 금융보험 비중도 2.2%로 전국 평균 6.9%를 밑돈다.

최찬호 울산상의 경제총괄본부장은 “울산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울산으로 유입된 산업자금이 울산 내에서 유동돼 지역 산업·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골고루 재투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시와 울산상의는 그 해답을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시행에 맞춰 국제금융도시 유치를 통해 찾기로 했다. 오일허브란 석유 저장시설을 갖추고 글로벌 정유사, 탱크 터미널 업체, 거래상 등이 모여 원유 및 석유제품의 현물·선물·장외거래를 하는 거점이다. 현재 미국 걸프연안(저장시설 1억900만배럴) 유럽 ARA(8700만배럴) 싱가포르(5200만배럴) 등 3곳이 있다.

울산 오일허브는 울산항 남항과 북항 일원 57만9000㎡(약 17만5000평)에 총 2951만배럴 규모의 원유 및 석유제품 저장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는 2020년까지 총 2조400여억원(국비 6415억원, 민자 1조398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울산 오일허브가 6조3456억원의 생산유발 및 2조711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1만2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발판으로 세계 금융도시 유치에 발벗고 나서면 울산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울산시와 상의의 판단이다.

지난해 울산상의가 개최한 국제금융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도 “울산의 경우 주력산업(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에 소요되는 원자재 관련 국제상품거래소를 설립하고, 금융 인력을 위한 교육·문화·주거·교통·의료 등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면 세계적 수준의 금융도시로 성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힘을 보탰다.

울산시와 상의는 대규모 오일 저장시설, 현·선물거래소 및 장외거래소 등의 유치와 운영방안 노하우 구축 등 인프라 구축 준비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국제금융도시 유치를 위한 범시민 여론 조성을 통한 정부 설득전도 병행하기로 했다.

울산과기대(UNIST)는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울산 오일허브 구축사업과 연계해 국제 에너지상품거래 전문가 과정을 개설, 에너지 상품 거래에 특화된 인재 양성에 나서기로 했다. 대학 측은 “현재 국내에서 에너지 상품 거래와 관련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국제 에너지상품거래 전문가과정(ECFE)은 향후 전문인력 공급에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한국경제를 선도해 온 울산이 이제 미래 국제도시로 나아갈 전략적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울산은 실물경제가 탄탄한 만큼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오일허브와 석유거래에 특화된 국제금융도시 육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산=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