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업화 50년] (주)티씨티, 친환경 銅제품으로 글로벌 공략
친환경 동(銅) 종합제품 전문기업인 (주)티씨티(회장 원광정)는 온산공단에 본사 공장을 비롯해 모두 5개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모두 녹색 건물로 채색돼 있는 게 특징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면 생산라인은 물론 바닥도 녹색 일색이다. 원광정 회장은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전기·전자 동 소재에 대한 100% 무결점 추진과 고객에 대한 무한 신뢰 등을 끝까지 준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건물 전체를 녹색으로 도배했다”고 말했다.

녹색이 주는 이런 온화한 느낌과 달리 지난 23년간 이 회사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상 외부 노출을 지양해왔던 게 기업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 회사가 요즘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선·중전기 분야에서 ‘기술력 좋은 동 제품 회사’란 평가에 안주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성장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변화의 출발점은 실적이다. 티씨티는 2010년 말 1억달러 수출탑 수상과 함께 작년 말 39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음 목표는 2012년 2억달러 수출탑 수상, ‘2015년 매출 1조원 기업’으로 정했다.

○글로벌 동 종합제품 전문회사

티씨티는 1989년 ‘삼원와이어 공업사’로 출발한 뒤 2004년 회사 이름을 현재의 주식회사 티씨티(TCT)로 바꿨다. 창업 당시 종업원 16명, 연매출 2억원의 에나멜 동선 제조업체로 출발한 원 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남들이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건 손대지 않는다’는 지론에 따라 한평생 독자기술 개발에 한우물을 파왔다.

그의 노력 덕분에 회사는 CTC(연속전위권선), 에나멜 평각동선, 에나멜 동선, 절연평각동선, 부스바 도금, 무산소동, 동부스바, 동빌렛 등 초고압 변압기와 발전기에 들어가는 첨단 핵심 소재 전문 제조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들 제품은 중전기 산업과 자동차 부품 등 전기가 들어가는 모든 전기 전자기기에 공급되고 있다.

동 부스바(Copper Bus Bar)의 경우 국내에선 유일하게 무산소동(OFHC)으로 제조해 균일한 조직과 우수한 연성 등의 특성으로 원자력 터빈 발전기·회전기 코일 등 초정밀 전기 전자 소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동 부스바 연간 생산능력은 3만으로 단일 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생산규모다. CTC를 비롯한 동제품에 대한 연간 종합 생산능력은 15만 규모에 이른다.

무산소동도 연간 5만으로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 원소재를 들여와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동제품을 생산하는 일관화 시스템을 갖춘 곳은 국내에선 티씨티가 유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기술개발 덕분에 2001년 197억원이던 매출은 작년 3977억원으로 10년 만에 20배나 성장했다. 일본 도시바와 프랑스 알스톰, 독일 지멘스, 스위스 ABB 등 전 세계 다국적 기업과 탄탄한 거래선을 갖추고 있는 것도 이 회사의 주된 경쟁력 중 하나다.

○CTC 제조설비 국내 첫 개발

회사는 2006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초고압 변압기 권선의 핵심 소재인 CTC 생산 설비를 독일 퀸스(Queins)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국산화한 것을 발판으로 CTC 제품과 기계를 동시에 해외 수출하는 공격적 경영에 나서고 있다.

[울산 공업화 50년] (주)티씨티, 친환경 銅제품으로 글로벌 공략
CTC는 동 소재에 절연물질을 코팅한 전선을 초고압 변압기와 모터, 발전기 등 전기가 소요되는 중전기기에 코일 형태로 연속해 감는 것으로 고도의 정밀성과 가공성을 요구하고 있다.

티씨티의 CTC 설비는 독일 설비가 10여개의 권선기를 동시에 연결하는 중간축을 설치한 것과 달리 세계 최초로 무축 구동시스템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제품 및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면서 2008년부터 대만의 포천(FORTUNE)과 쉬린(SHIHLIN), 독일 지멘스 등 세계적인 변압기 제조사에 CTC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2007년 4월 베트남에 설립된 하노이 해외공장 ‘KCT’도 연간 1만2000 규모의 무산소동을 포함한 에나멜 동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동남아 시장의 수출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2008년 210억원이던 KCT의 매출은 2011년 45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고, 2012년에는 514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덕분에 2005년 1000만달러에 머물던 티씨티의 해외수출은 2007년 3000만달러, 2009년 5000만달러, 2010년 1억달러로 급상승했다.

티씨티는 CTC의 해외 수출과 더불어 초정밀 전자기기와 해저케이블 등 극한 조건 아래에서도 견디는 다양한 형태의 동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등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글로벌 전기 전자 동 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국내 최초로 초고압 400㎸ 전력케이블용 에나멜선 제조기술을 개발해 쿠웨이트와 뉴질랜드에 대규모 초고압 지중 전력망 구축사업 핵심 소재를 성공적으로 공급했다.


◆원광정 티씨티 회장 "해외 진출에 올인 … 3년내 매출 1조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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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종업체가 몇 군데 있지만 대부분 그렇게 크지 못합니다. 연간 매출액 3000억~4000억원 정도의 회사가 동(銅) 소재업계에서 국내 최고 자리에 올라 있다는 게 늘 마음에 걸립니다.”

원광정 (주)티씨티 회장(사진)은 “이렇게 된 것이 ‘우리가 이 정도면 되겠지’라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수조원 매출의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단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올해 세계시장 진출에 사력을 다할 각오다. 이를 위해 회사 조직도 일부 개편해 자신은 오로지 해외사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지난 23년 동안 한우물 경영을 통해 울산과 베트남 등 6개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최고 품질의 무산소동 부스바, 평각동선, 에나멜 동선, 회전기, CTC, 동부스바, 압연부스바 등 풀라인업의 동제품 생산라인을 완벽히 갖췄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그는 직원들의 맨파워 양성에도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원 회장은 “창업 직후 일본기업의 사장집에 수십번 이상 찾아가며 어렵게 기술을 전수받은 적이 있다”면서 “최고의 기술과 품질만 갖추면 세계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티씨티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직원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그 이후 회사 성장은 직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시점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은 2015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