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업화 50년] "이봐 ,해봤어?" 故 정주영 회장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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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현대重 일궜다
40년전 "모두 미쳤다" 할때 미포만 벌판에 조선소 건립
올해 조선부문 10조 등 그룹 매출 60조 달성
40년전 "모두 미쳤다" 할때 미포만 벌판에 조선소 건립
올해 조선부문 10조 등 그룹 매출 60조 달성
정 명예회장이 1972년 울산 미포만에 세계에서 제일 큰 조선소를 짓겠다고 했을 때 모두 “미쳤다”고 했다. 정 명예회장은 그런 사람들에게 “이봐, 해봤어?”라고 되물었다. 그는 혼자서 미포만 모래사장 사진 한 장, 외국 조선소에서 빌린 유조선 설계도 한 장을 들고 유럽을 떠돌았다. 외국 사람들이 “조선소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거북선이 새겨져 있는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들며 “배를 사주면 그 돈으로 조선소를 짓겠다”고 답했다. 창업자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1972년 3월 울산 미포만 백사장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 명예회장, 주한 각국 대사, 울산시민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현대 조선소 기공식이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었다.
1974년 6월 조선소 완공 때는 이미 2000만달러가 넘는 대형 유조선 12척을 수주한 상태였다. 세계 조선업 역사상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가 동시에 진행되기는 전무후무한 일로 기록되고 있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현대중공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건조하는 세계 1위 조선회사로 탈바꿈했다.
현대중공업은 육·해상 플랜트, 엔진기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는 물론 정유, 석유화학, 무역, 금융, 자원개발 등을 총망라하는 매출 60조원의 종합 중공업그룹으로 면모를 갖췄다. 현대중공업은 2002년 현대삼호중공업을 시작으로 2008년 하이투자증권, 2009년 현대종합상사, 2010년 현대오일뱅크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꾸준히 외형을 키워왔다.
현대중공업이 이처럼 세계 최고의 위치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태양광 풍력 금융 등 미개척 영역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모습은 창업자의 모습을 닮았다.
이재성 사장은 올해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19.6% 증가한 306억달러, 매출은 9.5% 증가한 27조6000억원으로 확정했다. 그는 올해 창사 40주년에 대한 소회와 각오도 밝혔다. 이 사장은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40년 동안 정 명예회장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으로 수많은 역경을 딛고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루어 왔다”며 “40년 전 황량한 모래벌판이었던 울산에 조선소를 건설해 세계 일류 종합 중공업 회사를 이룩한 것처럼, 임직원 모두 힘을 합쳐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자”고 당부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첫 매출 10조원 달성이 기대되는 조선부문에서 강도 높은 연구개발을 통해 하이테크, 친환경, 에너지 고효율 선박 개발로 관련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로 했다.
육해상 플랜트,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 비조선 부문에서도 매출 확대로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 기존 사업 외에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하나로 정하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다각화를 지속 추진하면서 현대중공업은 사업 구조를 보다 확고히 하고 기존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창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을 조선소에 도입하는 등 조선소의 ‘스마트화’에도 본격 나서기로 했다. 노사가 17년째 무분규를 이어온 것도 회사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重 울산기여도, 지방세 연간 630억…고용창출 40여만명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소로의 성장 못지않게 울산지역 경제와 사회 문화 전반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것이 가능한데는 무엇보다 현대중공업이 국내 대형 제조업체로는 유일하게 본사를 울산에 두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전 세계를 활동의 무대로 삼아야 하는 사업 특성상 지방 본사는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은데도 현대중공업은 향토기업으로서 명맥을 끝까지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내는 지방세만 연간 630억원에 이른다. 여기다 연간 2조8000억원의 급여와 9조5000억원의 자재대금이 울산지역 금융권을 통해 유통돼 지역경제의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만 40여만명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본사 직원이 2만4000여명, 사내 협력사 2만1000명 등 모두 4만500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2100여개 협력업체 임직원 수 34만8000여명을 합하면 40여만명을 훨씬 넘어선다는 게 회사 측 계산이다.
울산의 대외 이미지 개선에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현대중공업은 사랑의 장기 기증운동에 6200여명의 임직원이 서약서를 전달해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다인원이 참여하는 기록을 세웠다.
여기다 1992년 방문객 누계 1000만명 돌파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작년 5월 기준 전 세계 방문객이 1373만명을 넘어서 국내는 물론 세계 속의 울산 이미지를 전파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서부· 강동· 미포 등 7개의 4계절 푸른잔디 축구장과 세계 최고급의 스포츠 클럽하우스를 울산지역에 건설, 울산의 낙후된 스포츠 인프라를 개선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공업화로 턱없이 부족했던 울산의 문화 예술 인프라도 현대중공업 덕분에 지역 곳곳에 설립됐다. 지금까지 모두 700억원을 투자해 현대예술관, 한마음회관, 미포회관, 서부회관 등 모두 7개소의 문화 예술공간을 지역민들에게 제공했다.
현대중공업은 업계에서 중소기업 인력 사관학교로도 유명하다. 2003년부터 고용노동부가 지정하는 중소기업 훈련 컨소시엄 운영기관으로 선정돼 40년 역사의 사내 기술교육원에서 중소기업 재직 근로자 및 신규 인력들에게 무료로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