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미스, 이탈리안 레스토랑 '제2 카페베네의 꿈'
흑룡의 해를 맞아 이탈리안 피자·파스타 전문점 ‘블랙스미스’가 창업시장의 잠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카페베네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블랙스미스는 기존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탈피, 이탈리아 특급 호텔 요리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최적화해 제공하는 이탈리안 퓨전 레스토랑이다.

블랙스미스의 ‘스미스’는 유럽에서 대장장이를 일컫는 말로 스미스의 장인정신을 주방 요리사들이 잇겠다는 의지와 대장간의 따뜻하고 훈훈한 느낌의 분위기를 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 메뉴는 화덕피자 10여종과 파스타 15종, 그릴요리 7종 등이다. 치즈케이크와 젤라토, 과일주스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도 갖췄다.

블랙스미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관념을 깨는 새로운 시도 때문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숙련된 전문 요리사인 셰프를 필요로 하고, 셰프의 개인적 역량과 솜씨에 의해 음식 맛이 좌우된다. 그래서 점포 간 통일성을 생명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도입될 수 없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요리사의 역할이 크다 보니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등장하기 어려웠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빕스 등 대형 레스토랑들이 모두 직영체제로만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카페베네는 경험이나 자금, 기술인력 등이 없으면 시장진입이 어려운 패밀리 레스토랑급 창업 아이템을 프랜차이즈화, 일반인들도 창업이 가능하게 길을 열어 놓았다.

블랙스미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가맹본사가 셰프를 양성해 가맹점에 공급하면 충분히 프랜차이즈화할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출시한 브랜드다. 카페베네는 일찍부터 국내 최고 수준의 이탈리아 요리 셰프와 매니저를 양성하는 교육 아카데미 설립을 준비했다. 각 가맹점에는 5년 이상 경력 요리사로 블랙스미스 아카데미를 수료한 셰프 1명과 서비스매니저 1명이 배치된다.

지금까지 모집한 요리사는 30명으로, 향후 점포 증가 속도에 맞춰 셰프와 매니저 채용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본사가 파견하는 셰프는 주방을, 매니저는 홀을 담당함으로써 음식 맛과 점포운영의 일관성을 지키고 가맹점주의 부담은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블랙스미스는 조리시스템도 간소화했다.

모든 메뉴는 본사에서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반 가공된 식재료와 원팩화한 소스로 손쉽게 조리할 수 있다. 이런 간단한 레시피 시스템은 부주방장의 역할을 없애 통상 인건비의 15%를 절감할 수 있다.

블랙스미스는 본사의 대대적인 스타마케팅과 입소문에 힘입어 론칭 2개월 만에 30여건의 가맹계약을 성사시키며 성장세를 타고 있다. 특히 가맹1호점인 신사역점을 블랙스미스 전속모델이기도 한 배우 ‘송승헌’이 직접 운영하면서 ‘블랙스미스=송승헌 레스토랑’이라는 공식을 낳고 있어 브랜드와 스타의 동반성장도 기대된다. 송승헌이 블랙스미스를 직접 운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픈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에서는 이곳이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블랙스미스 창업비용은 198㎡(60평) 기준 4억4000만원 선이다. 창업 가능한 최소 매장 면적은 198㎡이며 가능한 한 330㎡(100평)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다소 고가의 창업 아이템이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증시 전망이 좋지 않고, 부동산 침체와 저금리로 인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부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랙스미스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산층 창업 수요를 흡수하는 데에도 적합하다. 부동산 침체와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건물주,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부업거리를 찾는 중산층 주부,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 등 중산층 창업 희망자들은 5억~10억원대의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있다.

블랙스미스, 이탈리안 레스토랑 '제2 카페베네의 꿈'
이들은 보다 고상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창업 아이템을 선호한다. 블랙스미스는 198~330㎡ 규모의 중대형 매장으로 서울에서 오픈하려면 임대료를 포함, 7억~10억원가량이 든다. 지난해 11월17일 문을 연 강남역점은 본사의 대대적인 홍보와 고객의 입소문에 힘입어 하루평균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선권 대표는 “올해는 블랙스미스 100개 매장 오픈이 목표로, 향후 최대 350개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이전까지의 패밀리 레스토랑과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직영을 고수했다면 우리는 카페베네의 강점인 가맹모델을 접목, 단기간에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